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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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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토박이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120) - 장삿배, 어구, 들끓다, 여쭈다, 한창

  • 기사입력 : 2020-01-14 08: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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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67쪽과 6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67쪽 첫째 줄에 ‘장삿배’가 있습니다. 이 말이 ‘장사’와 ‘배’를 더한 말이라는 것임은 따로 풀이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장사’의 말밑(어원)이 무엇인지 똑똑히 밝혀 놓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도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살펴보아도 한자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은 것이 없는 것으로 볼 때 토박이말로 보아도 되지 싶습니다. 그러니 ‘장삿배’도 토박이말이라 할 만합니다.

    둘째 줄에 ‘짜 듯이 오고 갔으며’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말은 앞에 나온 장삿배와 이어지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베를 짜다’고 하니까 마치 그와 같이 오고 가는 배가 서로 부딪치지 않게 서로 자주 오고 갔음을 나타낸 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셋째 줄에 ‘어구’라는 말이 나오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귀’라는 말이 익을 것입니다. 이 말을 말집인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귀(드나드는 목의 첫머리)의 잘못’이라는 풀이라 가장 먼저 나오고 ‘어귀(드나드는 목의 첫머리)의 북한어’라는 게 그 다음에 나옵니다. 이것을 봐도 한때 남과 북을 가리지 않고 ‘어구’와 ‘어귀’를 같은 뜻으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을 대중말(표준말)로 삼기보다 둘 다 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넷째 줄과 다섯째 줄에 걸쳐서 나오는 “까지 이르는 사이의 바닷가에 신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신라방이 많이 있었다.”에서는 ‘신라’와 ‘신라방’을 빼고는 다 토박이말로 되어 있어 좋았습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나중에’와 ‘들끓었으므로’도 토박이말이라 반가웠습니다. 그 가운데 ‘들끓다’는 말은 ‘한곳에 여럿이 많이 모여 수선스럽게 움직이다’는 뜻을 가진 말인데 그곳에 얼마나 많은 신라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알게 해 주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곱째 줄에 있는 ‘벼슬살던’은 ‘벼슬을 살던’을 줄인 말인데 ‘벼슬을 지내다’는 뜻을 가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보고’라는 이름 옆에 ‘궁복이라고도 함’이라는 풀이가 있습니다. 이를 볼 때 ‘장보고’를 ‘궁복’이라고도 했다는 말인데 어느 것이 맞는 이름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아홉째 줄에 ‘여쭈어’가 나오는데 ‘여쭈다’가 ‘웃어른에게 말씀을 올리다’는 뜻이 있다는 것을 알면 이 말이 딱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도 이 말은 잘 살려 쓰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나온 ‘얻어서’도 ‘구하거나 찾아서 가지다’는 뜻에 맞는 말이라서 알맞은 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 줄에 나온 ‘내이다’는 요즘에 쓰는 말로 ‘내다’는 뜻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 다음 줄에 있는 ‘제해켠’은 ‘제해권’을 잘못 쓴 것이지 싶습니다. 열둘째 줄과 열셋째 줄에 이어서 나오는 ‘그 이름을 떨치었다’와 열다섯째 줄의 ‘한창’과 열여섯째 줄과 열일곱째 줄에 걸쳐 나오는 ‘넓은 길이 가로 세로’도 쉬운 토박이말이라 좋았습니다.

    68쪽 첫째 줄부터 여섯째 줄에 걸쳐 있는 ‘집이 즐비하였으며, 거리에는 노래 부르는 소리와 풍악 잡히는 소리가 밤낮으로 끊이지 않았다 하며, 서울 사람들은 집을 기와로 이고 짚을 덮지 아니하였으며, 밥을 숯으로 짓고 나무를 쓰지 아니하였다 한다’ 에서는 ‘풍악’과 ‘기와’를 빼고는 다 토박이말이라 더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고운’, ‘베로써 하고’, ‘구슬’까지 토박이말이었습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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