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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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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동선 알리는 재난안전문자 시스템 개편 필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시행
찬성 “알 권리 보장·자가진단 도움”
반대 “2차 피해 유발·불안 가중”

  • 기사입력 : 2020-02-26 21: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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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경남 전역으로 확산하며 지방자치단체마다 하루 십여 차례씩 재난문자를 발송하는 등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 이것이 제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선 의문이 크다. 전문가들은 단순 동선을 나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 위험 정도나 대처요령 등을 함께 제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확진자 경로 따라 재난안전문자 발송= “삐~” 재난안전문자 소리다. 경남 전역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며 시민들이 받는 재난안전문자도 많아졌다. 창원시는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역에서 밤사이 7명이 늘어난 가운데 이날 낮 12시 11~14분 3차례에 걸쳐 먼저 일부 추가 확진자 동선을 안내하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창원시는 하루 전날엔 낮부터 오후 8시 55분까지 모두 12개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의견은 엇갈린다. 알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감염 확산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확진자의 이동동선에 포함된 식당이나 가게 등은 인적이 끊기는 등 2차 피해도 만만치 않고 불안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있다.

    창원 의창구에서 2살 난 아이를 키우는 이모(29)씨는 “밤낮없이 재난문자가 울리니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 했다. 또 성산구 자영업자 김모(63)씨는 “우리 동네로 혹시 확진자가 다녀가진 않았나 싶어 문자가 올 때마다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또 동읍 거주 이모(43)씨는 “오늘 동읍에서 확진가가 발생했다고 하는데 아직도 이동경로가 안 온다. 긴급재난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모(31)씨는 “모든 확진자 동선이 다 포함된 것도 아니라서 직접 시청 홈페이지나 SNS 등을 찾아 일일이 확인을 한다”고 했다. 창원시가 발표한 확진자 이동동선에 잘못 포함됐다가 정정되어 피해를 본 약국에선 “지금도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오해를 한다”며 “시는 확진자가 초기 진술에서 약국명을 착각해 경로발표가 잘못 됐다고 알렸지만 그전부터 실제 확진자가 다녀간 약국에 방역조치가 됐다. 동선 발표는 신중을 기해 실수로 누군가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불평했다.

    26일 한 시민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리는 창원시 재난 안전 안내문자를 확인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26일 한 시민이 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을 알리는 창원시 재난 안전 안내문자를 확인하고 있다./전강용 기자/

    ◇확진자 경로 공개·문자 발송 취지는= 정부는 감염병이 확산하면 환자 이동경로나 이동수단, 진료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들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 이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뒤 관련법 개정으로 신설됐다. 지자체마다 이에 준해 동선을 어느 범위까지 어느 채널을 통해 공개할 것인지 판단한다. 창원시는 확진자 이동경로와 관련 우선 확진자 구술에 의해 선제적으로 1차 방역이나 소독을 실시하며, 공식적인 발표는 2차로 휴대전화 위치추적, 카드사용내역 조사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경남도와 질병관리본부 등과 회의를 거친다.

    실시간 발표는 어렵고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일단 지자체에선 바이러스 특성상 확진자가 머문 뒤 몇 시간에서 최대 하루가 지나면 바이러스가 없어져 해당 장소 방문을 기피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은 시민들 자가 진단을 위한 것이며, 확진자와 동일 시간 해당 장소를 방문한 뒤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자체 신고토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브리핑에서 “감염병 전문의들은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고, 오히려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빗발치는 요구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스템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도내 전역으로 확진자가 느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단순 동선만 계속 나열해 가는 것은 혼란과 2차 피해만 키운다고 지적한다.

    경상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이 대표적으로 최근 경남도와 창원시 등 지자체에 각 지역 확진자 이동동선 공개와 재난문자 발송 방침 등과 관련해 보완을 줄기차게 피력하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 대해 전면적인 개편 등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취지다.

    마 과장은 “지금 확진자 이동경로 공개와 재난문자엔 확진자가 지나간 장소마다 시민과 얼마나 접촉을 했는지 등 상세 내용은 빠져 있다. 나열된 경로 중 어디가 방역이 완료됐고 어디가 임시 폐쇄됐는지 등 대처 가능한 정보도 없다”며 “지자체에선 이동동선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위험 정도를 상세히 알리는 한편 각 장소로 시민들이 언제부터 출입이 가능하다라든지 표시를 해서 2차 피해를 줄이고 혼란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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