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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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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오해를 애써 풀려고 하지 말라- 김서준(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2-27 20: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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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원 시절, 교수님과 차를 마시다가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적이 있었다. 한참을 얘기하다 그만 자리를 일어나려는데, 교수님은 꼭꼭 숨겨둔 비밀을 푼다는 표정으로 세상에 몇 개 없는 진리 중 하나를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었다. 귀가 솔깃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진리는 바로 ‘오해를 애써 풀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오해는 풀려야 비로소 해결되는 것인데 어째서 풀지 말라고 하는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교수님은 진리에는 이유가 없다며 그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으셨으나, 진리라고 하니 왠지 실천해보고 싶어졌다. 그 이후로는 나에 대해 사실이 아닌 소문이 돌아도 딱히 해명하려고 하지 않았고, 누군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도 그냥 내버려 두었다.

    오해는 선입견이나 편견에서 출발한다. 또한 누군가의 선입견은? 나의 언행? 나에 대한 세간의 평가나 말? 그의 사고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다. 만약 오해의 정도가 매우 사소하다면 굳이 풀려고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나, 그렇지 아니하다면 누군가의 선입견을 다시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오히려 오해를 풀려는 시도가 변명으로만 치부되거나, 또 다른 오해를 낳기 쉽다. 따라서 풀릴 오해는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니 노력할 필요가 없고, 풀리지 않을 오해는 노력해도 쉬이 풀리지 않을 것이니 애써 풀려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오해하면 당장 큰일이 날 것만 같지만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준다. 사람의 선입견을 바꾸는 것은 일시적인 해명이 아닌 오랫동안 쌓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오해를 내버려두니 오히려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를 나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 더 이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내가 먼저 그 사람을 배려하고 진실되게 대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대부분의 오해는 자연스레 사라졌을 뿐 아니라, 나의 언행이 바뀌고 세간의 평가가 바뀌자 더 이상 오해가 잘 생기지도 않게 되는 것이었다. 교수님의 말씀은 과연 진리였다.

    김서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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