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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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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윤리와 형벌 사이- 이수경(로펌 더 도움 대표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3-10 20:2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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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이 비상이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창원 한마음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확진자로 판명된 이후 10일 현재 경남의 누적 확진자만 80명이고 340여명이 넘는 도민들이 자가격리 중이다. 확진자 중 다수는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 신천지 신도인 31번 확진자로 인해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자, 이른바 슈퍼 전파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가능성, 그 처벌 수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신천지라는 단체에 대한 강제해체를 요구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왔고, 청원 6일 만에 100만명이 동의했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1일에 이만희 총회장 등 신천지 관계자들을 살인, 상해, 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도 했다.

    많은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슈퍼전파자들을 정말로 처벌할 수 있고, 신천지를 강제해산시키고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 상해로 엄벌에 처할 수 있을까? 현행법상 쉽지 않은 일이다. 형법상의 혐의 입증은 역학조사와 성격이 다르다. 살인이나 상해로 기소되려면 누가 누구에게 감염을 시켰는지, 나아가 슈퍼전파자나 신천지가 전염에 대한 고의 혹은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는지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은 윤리의 최소한이다. 비윤리적·비도덕적이라고 해서 모두 처벌이나 제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죄형법정주의 때문이다. 비록 사회적으로 유해한 행위일지라도, 법률에서 그 행위가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 한 범죄가 되지 않으며 범죄로 규정된 경우에도 형벌로써 혹은 규정된 형벌의 양을 초과해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적어도 당국의 역학조사를 방해하는 슈퍼전파자나 신천지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가하려면 근거가 되는 처벌규정이 있어야 한다. 현행법상 가장 유력한 처벌규정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고 이에 의하면 역학조사를 거부, 방해하거나 회피, 거짓 진술을 하고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은폐·누락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처벌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결국 이 법률로 처벌 가능한 행위는 진단거부나 적극적인 거짓 답변 정도이고 실제 이루어질 처벌 수준은 형사범죄 전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벌금형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신천지라는 단체에 대한 처벌은 어렵고, 강제해산도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와 충돌하는 문제와 더불어 신천지가 종교법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은 임의단체에 불과한 탓에 법적으로 강제해산시킬 근거가 없다.

    국민의 법 감정과 비상시국을 야기한 사회적 책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고 법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는 국가권력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 삼권분립을 취하고 있다. 즉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서 역할을 분담하여 상호 간에 견제·균형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 바, 사법부가 입법행위를 할 수 없다. 사법부는 법을 적용하여 재판을 할 뿐이며, 법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활동은 국회의 역할이다. 그리고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이 지닌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윤리도, 최소한의 윤리라는 법도 어디까지나 사회구성원들인 국민의 합의에 의해 정해지며 다수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면 국회의 입법 활동을 통해 윤리가 법이 되기도 한다.

    윤리와 법의 사이에서, 윤리와 형벌 사이에서 선택권은 결국 국민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곧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국회가,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합의된 공감대를 얼마나 잘 파악하고 있는지, 얼마나 법률의 제정, 개정에 그 뜻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평가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시국과 이와 유사한 사회적 문제는 앞으로 얼마든지 더 있을 수 있다.

    국민들이 사회적, 정치적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선거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수경(로펌 더 도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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