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8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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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소설 '졸의 전쟁' 낸 창원 중소기업 사장 남선희

“영세중소기업인들 눈물 닦아주고 싶었어요”
1980~2000년대 창원공단·마산 등 배경
노동자·영세기업가 등 주요 등장 인물

  • 기사입력 : 2020-03-12 20: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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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단이 건강하게 오래가려면 나눔과 상생이 존재해야 하며 기술을 공유하고 인력을 재편해야 합니다.”

    지난해 말 영세중소기업의 애환과 애절한 사랑을 그린 장편소설 ‘졸의 전쟁’(655쪽·도서출판 곰단지·1만6000원)을 펴낸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계영윈테크 남선희(57) 대표는 지난달 20일 공장에서 경남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사회가 계급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의 분배가 역으로 나타난다. 기업 중 가장 큰 무리를 이루는 영세기업이 견딜 수 있는 한계점에 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 대표로부터 소설에 대한 소개와 함께 배경 등을 들었다.

    영세중소기업인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 ‘졸의 전쟁’을 펴낸 남선희 계영윈테크 대표가 지난달 20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공장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영세중소기업인들의 치열한 생존경쟁과 애환을 그린 장편소설 ‘졸의 전쟁’을 펴낸 남선희 계영윈테크 대표가 지난달 20일 창원시 의창구 북면 공장에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소설 소개부터 해 달라.

    △소설 ‘졸의 전쟁’은 주인공 한목이를 중심으로 그를 설명하기 위해 각 장의 주요인물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표현된다. 각 장은 한 편의 중단편소설처럼 만들어져 있고 그것들이 모아져서 하나의 줄기로 이어진다. 각 장의 인물들은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어쩌면 그들 자체가 한목이와 동질인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장 밑바닥에서 인물들이 생존하는 영세중소기업인들의 애환이 드러나는 과정은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들의 척박하고 어려운 현실, 그것을 뚫고나갈려는 실핏줄처럼 수천갈래로 뻗어 있는 역동적인 영세기업인들의 생존을 그렸지만 정작 이 소설은 지독하게 슬프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모티브다. 한목이는 그의 아버지가 벌인 간척사업의 실패로 지독하게 힘든 어린시절, 마을의 ‘일꾼’으로 불리면서까지 생활하다가 비슷한 처지의 오동녀와 함께 고향을 등지고 부산으로 향한다. 우여곡절 끝에 기계공고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그는 창원공단에 취직한다. 그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하지만 수없이 실패와 재기를 반복한다. 한목이는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진 제조공장의 완성을 앞두지만 그 모든 것은 파도에 쓸려가는 간척지의 방파제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게 된다. 가장 사랑해 줘야하고 아껴줘야 할 여자, 그러나 끝없이 희생당했던 여자, 오동녀가 마침내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가는 반전이 이루어진다.

    -중소기업 대표로 장편소설을 발간하게된 배경은.

    △오랫동안 창원공단에서 일해왔고 여기서 밥벌이를 하고 살아왔다. 근 삼십년 넘게 공단에서 일하면서 기업의 영토가 커지는 것을 보아왔고 그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부침을 지켜봤다. 그들의 성공과 실패, 희망과 좌절, 피와 눈물, 환희와 기쁨을 함께했다. 기업들은 그런 과정 속에서 성장해갔고 어떤 것들은 크게, 어떤 것들은 작게 분화되었다. 많은 기업들이 크게 뭉쳐졌고 잘게 나눠지기도 했다. 흥망성쇠를 이룬 역사 속의 제국들처럼 각각의 생존방식을 찾아 퍼져나갔다. 창원공단은 아주 젊은 공단에서 시작됐다. 그 공단이 이제 늙어가고 있다. 스무 살짜리들이 망치 하나 들고 시작했던 곳에 최첨단스마트공장이 들어섰다. 많은 것이 변했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다. 나는 그들의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소설을 통해 하고싶었던 말은 무엇인가.

    △무얼 이야기 하고자 쓴 소설이 아니다. 소설은 그저 흥미와 재미, 감동으로 읽혀져 자연스럽게 창원공단과 사람들을 이해해주길 바랄뿐이다. 과연 누가 세상을 이끌어가는가? 아니 지고 가는 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또한 열악한 기업 경영환경 속에서 묵묵히 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처한 현실적인 처지를 누군가가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대한민국에서 영세기업·상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영세기업 소상공인들이 기형적으로 많아졌고 계속해서 늘어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자발적으로 작은 기업이나 상업에 뛰어든 경우보다 억지로 밀려나서 그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날 게 뻔하다. 가령 대기업이 있고 그 밑에 1차 밴드, 2차 밴드, 3차 밴드…. 이렇게 사회가 계급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소득의 분배가 역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가장 긴 시간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적은 이윤을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게 문제다. 그 특이점에서 가장 큰 무리를 이루는 영세기업들이 존재하며, 문제는 그들이 견딜 수 있 는 한계점에 와 있다는 것이고 거기에 주목을 해야하는 이유다.

    -소설의 배경이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창원공단과 창원(마산) 등이다. 부조리한 현실은 그대로인가.

    △부조리한 현실은 이미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거대산업이란 나무둥치는 그 잔뿌리들이 썩어들어간 순간 언젠가는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거대산업은 지금도 영세기업들의 피를 짜내며 끝없이 그들의 이파리들을 살찌우게 하고 있지만 여린 뿌리를 짜내어 영양분을 섭취 하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공단이 건강하게 오래가려면 나눔과 상생이 존재해야 하며 기술을 공유하고 인력을 재편해야 한다. 적어도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돈이라도 벌어야 하는 80년대 초의 상황은 되야만 한다. 왜, 모든 것을 대기업과 그들의 종사자들이 포식하려드는가.

    -소설 속에 고철업자, 공구상, 호프집, 간판쟁이, 소사장, 꽃가게 등 다양한 소상공인과 함께 여공, 공돌이, 위장취업자, 외국인 불법체류 근로자 등 다양한 인물이 등장한다. 실존인물인가.

    △소설 속의 다양한 인물들은 실존 인물이다. 나는 그들의 삶 그대로를 쓰지 못했다. 솔직히 나는 능력의 한계를 실감했다. 그들의 섹스는 서글펐고, 그들의 놀이는 유치했고, 그들의 사업장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한층 더 비루해져버릴 그들을 나는 최대한 보듬으려고 했고 이념이나 종교에 휘둘리지 않게 노력하려고 했다. 어떠튼 짓밟힌 풀무더기들 같은 삶이지만 계절이 오면 똑같이 대지를 박차고 나가 꽃을 피울 것이다.

    -글쓰기는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

    △나는 나의 사십년 전 18세의 문학소년인 나를 소환해서 미친듯이 쓰기 시작했다. 2019년 2년여 동안 베트남 하이퐁을 오가며 소재개발을 해놓은 제품들이 거래처의 경영악화로 납품이 원활하지 않아 시간이 많아졌고, 마음이 텅빈 것을 무엇인가로 채워야 했다. 글쓰기는 늘 쉽게 느껴졌지만 시도해보긴 처음이다.

    -후속작품도 구상 중인가. 작가로서 향후 계획은.

    △나는 많은 이의 또 다른 갈구처럼 후속작품을 준비 중이고 이미 쓰고 있다. 첫 작품을 내고 나서 느낀 것은 책이 팔리는 것은 기획과 이슈가 작품성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자본의 세상에 우리는 던져졌지만 모든 것은 제자리로 오리라 믿는다. 두세 편 더 쓰고 언젠가는 전국의 공단을 배경으로 대하소설을 쓰고 싶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계영윈테크에 대해 소개해 달라.

    △계영윈테크는 2014년 11월에 설립했다. 주로 펌프부품을 생산하고 있고 주요 판매처는 독일계 회사인 윌로펌프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의 도움으로 재창업에 성공했다. 향후 해외 투자, 기술개발 등으로 연간 4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남선희 계영윈테크 대표는= 1962년 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골에서 태어났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국립부산기계공고를 졸업했다. 대학은 가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다. 스무 살 중반에 창원공단에 들어갔다. 스무 살 말에 소기업을 창업했다. 세 번의 창업과 실패를 딛고 재기했다. 취미는 수영, 테니스 등이고 직원들과 족구를 즐긴다. 가족으로 아내와 아들, 딸이 있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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