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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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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나라 곳간을 좀 열면 어떤가- 염진아(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3-16 20: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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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3월 9일.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경수 경남 도지사의 재난기본소득 제안을 두고 “선거를 앞두고 나라 곳간을 열어 배불리 먹고 말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조선시대 농업이 주를 이루던 그 시기에는 흉년이 닥쳐 백성들이 당장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나라는 왕실의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나눠줬다. 만석꾼 경주 최부자는 사방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흉년에는 비축해둔 곡식까지 나눠 주며 구휼했다고 한다.

    전국의 코로나19 확진환자 중 대구, 경북에서 약 90%가 나오기는 하였으나, 현재 전 국민이 모두 코로나 발 불안에 휩싸여있다. 식당에 사람이 없고 시장에 사람이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이 사태에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을 행정으로 얼마나 파악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 식자재를 납품하는 사람들 정도로 한정 할 것인가. 혹은 더 넓게 보아 아르바이트 직원들까지 포함할 것인가. 어디까지, 어떤 기준으로 이 코로나19로 힘들었던 사람을 특정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어떻게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말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직접적인 매출이 줄어든 자영업자들 그와 관계된 사람들 뿐만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나. 모두가 불안감으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경기가 가라앉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며, 내 주변 누군가의 확진으로 나도 전염 혹은 격리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렇다면 김경수 지사의 재난기본소득으로 전 국민에게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제안은, 이러한 온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필자는 3월 9일 착한 소비를 위해 마산의 한 식당을 찾았다. 필자 일행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없었고, 심지어 길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필자가 찾은 식당도 평소라면 몇 테이블의 손님과 더불어 몇 명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있었을 텐데 사장 부부를 제외하고는 직원도 없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직접 목도하고 나니 재난기본소득 제안이 각자의 생업을 하는 자영업자도, 일을 하지 못해 당장의 아르바이트비를 받지 못하는 직원들도, 임대 수입이 수입의 전부라 착한 임대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만약 100만원이라는 재난기본소득금액의 예산이 부담 된다면 제안보다 금액을 조금 줄이거나, 지역소비 진작을 위해 지역사랑상품권, 혹은 지역화폐로 일부 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고, 어른과 아이의 차등을 주어 지급하는 방법 혹은 세대별로 지급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 같다.

    핀란드에서는 일자리가 없어 복지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들 중 무작위로 2000명을 선정해 2년 동안 매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이에 대해 리서치 작업 중이다. 스웨덴은 이미 2016년에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있었다(물론 반대가 더 많았으나). 이렇듯 유럽은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중이다.

    현재는 소비의 시대 아닌가. 소비가 있어야 경기도 살아나고 소비가 있어야 코로나 블루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이 어려운 시기를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소비 진작을 위해서라면 재난기본소득 지급도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현재 재난기본소득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곳간을 좀 열면 어떤가.

    염진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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