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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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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15) 제25화 부흥시대 125

“보리 입술이 예쁜데…”

  • 기사입력 : 2020-04-16 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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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영은 웃음이 나왔다. 보리가 연화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보리 입술이 예쁜데….”

    “땡! 맞았으니까 상을 드려야 하겠다.”

    보리가 입술을 내밀고 이재영에게 키스를 했다. 이재영은 보리를 안고 키스를 나누었다.

    장호원의 냇둑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충주로 출발했다. 장호원에서 충주는 가까웠다.

    제사공장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이재영은 기계가 돌아가고 고치에서 실이 뽑아지는 과정을 한 시간 동안이나 지켜본 뒤에 사장 정태원과 인사를 나누었다. 간부들도 일제히 인사를 했다.

    “정 사장, 제품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 것인가?”

    “예. 제품은 나오고 있지만 고치를 수집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정태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고치는 어떻게 수집하나?”

    “농가를 돌면서 수집하고 있습니다. 전쟁 중이라 누에를 키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럼 고치가 없으면 기계를 돌리지 못할 것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제사공장은 누에고치가 없으면 작업을 할 수 없다. 영업부가 고치를 수집하기 위해 농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농가에서 여자들이 고치를 키우도록 하게. 여자들에게 돈이나 쌀을 주고 누에를 키우도록 계약을 해야할 거야.”

    “예.”

    제사공장은 누에고치 수집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떠올랐다. 공장에 보관하고 있던 고치는 오래된 것들이라 제품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재영은 정태원 사장과 누에고치 수집 문제를 논의하고 공장을 나왔다. 정태원과 공장 간부들이 문 앞에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보리는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 다 끝났어요?”

    “응.”

    이제영은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봄날의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요?”

    “오늘은 수안보에서 쉬고 내일 올라가지.”

    밤중에 서울로 올라갈 수는 없다.

    “수안보요?”

    “수안보에 온천이 있어.”

    수안보로 가는 신작로 옆으로 남한강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강물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기 들렸다가 가요.”

    보리가 강가에 있는 사당(祠堂)을 가리켰다. 이재영이 가까이 가자 임경업장군 사당이었다.

    충렬사(忠烈祠)라고 했다. 임경업은 인조임금 때 친명반청 정책에 따라 명나라를 위해 싸운 장군이었으나 모함을 당해 죽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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