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동서남북] 오거돈의 몰락- 김한근(부산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20-04-30 20:39:30
  •   

  •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을 인정하고 자진해서 사퇴하자 부산시민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이 패닉 상태로 빠졌다.

    직접 밝힌 사퇴 배경이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하고 암울하다.

    검찰은 며칠 전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에 대해 전형적인 탐관오리의 모습이라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리고 이 사건이 채 잊혀 지기도 전에 오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터졌다. 두 사건을 보면서 부산 시민들은 부끄럽고 기가 찬다.

    부산시는 성 평등 관련 제도를 만들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런데 부산시의 수장인 부산시장이 성폭력 가해자가 되었으니 부산시민들은 쥐구멍이라도 들어갈 참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어떤 인물인가.

    행정고시를 거쳐 성공한 공무원 생활을 시작으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행정부시장과 시장 권한대행에 오를 정도로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2018년 지방선거 4번의 도전 끝에 민선 7기 부산시장 자리에 당선돼 공무원 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의 기대감은 컸다.

    정통 관료 출신이 민선시장이 된 만큼 공조직의 장단점을 잘 활용해 활력 넘치는 시정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부산시민들은 오 시장에게 완벽히 속았다. 어떻게 얼굴색 하나 안 변하고 부산시민을 완전무결하게 속일 수 있었는가. 그의 마음속에 그런 마귀가 있었는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온 나라가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전쟁 중인데 한가하게 망중한을 즐기며 대낮 집무실에서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했다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정말 이것이 노욕의 노망인가, 성인지 감수성 문제인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패닉이 된 부산시정을 잘 추스려 현안 사업들과 정책 방향을 흔들리지 말고 차질없이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부산·울산·경남 동남권 메가시티,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북항재개발 사업과 연계한 원도심 재생, 경부선 철도시설 재배치와 철도 지하화, 부산 금융중심지 추진 등 부산 현안 사업이 표류하지 않아야 한다.

    취임한 지 1년10개월이 채 안 된 오 전 시장은 부와 명예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자존심에 가장 큰 상처를 입은 건 다름아닌 부산 시민이다.

    마지막으로 부산시민은 오거돈에게 묻고 부탁한다. 더 이상 숨을 곳은 없다. 당당히 나서 검찰과 경찰 조사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이다.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피해자는 물론 350만 부산시민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그리고 공직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습관이 병보다 무섭다’는 옛 성인의 말씀을 명심해야겠다.

    김한근(부산본부장·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한근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