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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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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정치인의 은퇴 나이- 옥은숙(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0-05-12 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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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제도에서 전원생활을 20년 넘게 하다 보니 경험으로 저절로 많은 것을 깨달았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보다 계절 변화를 먼저 알고, 또한 4계절을 먼저 맞고 먼저 보낸다.

    목련이 피면 고로쇠 수액이 나올 때가 되었으니 적은 돈으로 생색내야 할 서울의 친척을 챙겨야 하고, 태풍이 닥쳐올 때는 보통 동쪽에서 시작하여 서쪽에서 소멸하니 동쪽과 남쪽의 물건들을 서쪽이나 북쪽으로 옮겨 안전을 확보한다. 게릴라성 폭우가 내려 마당에 물이 넘쳐도 결국 낮은 곳으로 빠져나갈 것이니 안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걸 알고, 게으름을 피우며 그냥 기다린다. 칼바람이 불어 대구가 잡히는 날, 어떤 이는 허풍이 세고 체면치레를 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통째로 보내는 일이 연중행사라고도 하지만, 나는 실속 있고 맛을 으뜸으로 치기 때문에 사돈에게 보낼 때도 토막토막 장만을 하여 보낸다. 그런데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나무가 시드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뿌리가 원래 약했던지 물이 잘 안 빠지는 토양이든지 병충해 탓이든지, 그것도 아니면 수분이 부족했던지 우리가 알 수 없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무가 시들시들하면서 잎을 다 떨어뜨리면 결국 새잎이 돋아나와 살고, 참혹하게 말라비틀어진 잎을 끝까지 매달고 있는 놈은 결국 고사한다. 나무 전문가는 “이 현상은 수분 증발을 막기 위한 생존전략이며, 버리는 용기가 있어야 비로소 나무는 생명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대 총선이 끝났다. 대승한 여당뿐만 아니라, 참패한 야당들도 새판을 짜느라 분주하다. 그럴 때 언급되는 것이 신-구 정치인의 교체이다. 춘추시대 사상가인 공자의 논어에는 30세를 뜻을 세우는 나이라 하여 이립(而立), 40세는 불혹(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종심(從心)이라고 씌어 있다. 2500년이 지난 지금, 노욕이니 노탐이니 하며 노장 정치인의 퇴장을 요구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노장의 지혜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이 안타깝다는 말도 들린다. 나무의 장엄한 지혜를 생각하는 대목이다. 스스로 떨어뜨리면 살 것이고 끝까지 매달고 있으면 고사한다. 그 결정은 나무가 스스로 한다.

    옥은숙(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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