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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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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기부냐, 삼겹살 잔치냐- 오인태(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 기사입력 : 2020-05-17 20: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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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인태 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취약계층에서 먼저 시작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지난 11일부터는 국민 모두에게 확대해 지급하고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받으려면 11일부터, 지역사랑 상품권과 선불카드로 받고 싶으면 이번 주부터 신청할 수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한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부를 공공연히 요청했다.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려던 애초 방침을 거두고, 모든 국민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상위 30% 고소득자에겐 기부를 유도한 셈이다.

    대통령이 긴급재난지원금 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부를 서약하는 행사를 벌였다. 여당 의원들과 정부 고위 공무원은 말할 나위가 없고, 말단공무원들까지 기부행렬에 줄을 설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동의를 얻은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국민 생활 안정과 경제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 누구에게나 지급한다. 명운을 다한 20대 국회에서 긴급재난지원금법을 서둘러 통과시킨 까닭은 야당도 국민 생활 안정과 경제회복이라는 대의명분을 무시할 수 없어서일 테다.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자발적 기부’의 선의야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대통령이 기부 약속 대신 일반 국민과 똑같이 김정숙 여사의 몫까지 60만 원을 받아들고 시장에 나가 손수 물건을 고르는, 그야말로 골목 시장 상인들과 몸소 부대끼며 위기 극복을 함께하는 장면을 보여줬더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아쉽다.

    내 몫 4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난 순순히 받으려 한다. 그 돈으로 면 소재지에 나가 시장을 봐서 우리 직원들과 삼겹살 잔치라도 벌일 참이다. 그리고 연말에 40만원의 소득이 늘어남으로써 더 내게 될 소득세가 15만원이 되든, 세율이 높아져 100만원이 되든 개의치 않겠다. 세율이 1%만 올라도 지난해 내 연봉 수준이면 90만원 남짓 소득세를 더 내야 한다.

    모두가 힘든 형편에 그나마 꼬박꼬박 나오는 봉급으로 안정된 일상을 누리고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사회적 연대’가 이것이지 싶어서다.

    오인태(경상남도교육청 산촌유학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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