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7월 14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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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먹으며 ‘소확행’… 속옷가게엔 ‘실속파’ 북적

재난지원금 풀린 골목상권 창동·부림시장 일대 가보니
“평소 먹기 힘든 고기·간식 먹자”
가족외식·친목모임 음식점 북적

  • 기사입력 : 2020-05-24 21: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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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난지원금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이커머스 등에서 사용이 제한되면서 재난지원금이 골목상권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정부와 지자체의 예상은 얼마나 적중했을까.

    지난 21일 창원 창동과 부림시장, 수남상가 일대를 둘러봤다. 이 일대는 일반음식점과 의류·잡화점, 아동복·속옷가게, 빵집, 카페 등 다양한 업종이 혼재되어 있다. 이들 중 어느 품목으로 재난지원금이 집중적으로 유입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지난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을 찾은 시민들이 한 의류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지난 23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을 찾은 시민들이 한 의류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단연 눈에 띄게 매출이 늘어난 곳은 음식점이었다. 특히 한우 등 비교적 고가의 육류를 취급하는 식당들이 호기를 맞았다.

    숯불 한우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서문병철씨는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확실히 매출이 뛰었다고 말했다. 서문 씨는 “지원금이 가족 단위로 나오다 보니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외식 나온 가족들이 몰리고, 친목모임을 하면서 한 턱 쏘는 방식으로 지원금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여성의류와 잡화도 빛을 봤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전보다 5배 정도 손님이 늘었다.

    여성의류점을 운영하는 박인숙씨는 “이태원발 코로나 확산으로 3일 정도 주춤했는데, 재난지원금 덕에 매출이 금세 회복되더라”며 “여성들 대부분이 공돈이 생긴 기분으로 평소에는 사고 싶어도 참고 지나칠 3만~4만원 짜리 소품들을 부담없이 산다. 공돈이다 싶으니 가격흥정 없이 제값을 쳐주니 서로가 좋다”고 말했다.

    이러한 심리는 카페 등 간식거리 판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페 주인 김 모씨는 “손님들이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공돈인데 싶어 1만원이 넘는 빙수도 사먹고 가는 등 소소한 과소비 덕에 매출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상인들은 일종의 ‘보복소비’ 성향도 짙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한 상인은 “억눌려 있던 소비심리가 재난지원금을 만나면서 표출되는 느낌을 받는다. 집에 갇혀서 못 사고 못 먹었던 것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인지 평소 잘 안 먹던 음식이나 잘 안 사던 물건도 큰 고민없이 수월하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창동에서 만난 한 여성은 “이것저것 사다보니 생각보다 빨리 쓰인다. 딱히 이 돈을 아낄 마음도 들지 않고, 이 속도로 쓰면 6월 안에 다 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실속파 소비자들도 있었다. 부림시장 일대 속옷가게와 아동복점 등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한 아동복점 직원은 “부모들이 돌봄카드로 아동복을 사러 온다. 지금껏 백화점 브랜드 아동복에 수요층을 많이 빼앗겼는데, 백화점이나 이커머스가 막히니까 시장으로 나온다”며 “요즘만 같으면 장사할 맛이 날 듯하다”고 말했다.

    양말과 속옷, 겨울내의도 잘 팔린다. 속옷가게를 하고 있는 한 점주는 지난 주말 하루종일 양말과 속옷, 겨울내의를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외로 겨울내의나 양말을 많이 찾는다. 재난지원금을 8월까지 써야 하니까, 먹고 마시는 일시적인 수요보다는 동절기 물품에 지원금을 쓰는 실속파 손님들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든 업종이 재난지원금 수혜를 받는 것은 아니었다. 서점이나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노점은 재난지원금 영향이 거의 없었다.

    학문당 서점 권화현 대표는 “개학이 미뤄지니 중·고등학교 참고서와 대학교재가 안 팔리고, 외출을 안 하니 학생들이 필요한 책은 인터넷으로 산다.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책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은 노점상들도 마찬가지. 수남상가에 삼삼오오 자리잡은 노점들은 인근 음식점과 잡화점을 찾은 손님 덕에 덩달아 분주해졌지만 직접적인 재난지원금 수혜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드 결제가 불가능한 탓이다.

    윤동주 창원시상권활성화재단 본부장은 “가정의 달이라는 시기적 요인과 재난지원금 지급이 맞물리면서 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오랜만에 골목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재난지원금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며 “다만 골목상권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노점들이 카드결제 문제로 재난지원금 직접적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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