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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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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트로트 전성시대- 이현근(체육팀장)

  • 기사입력 : 2020-05-25 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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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국내 음악의 대세는 K팝의 인기를 위협하는 트로트다. 트로트 관련 TV프로그램이 줄을 잇고, 라디오를 틀면 트로트가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아이돌이 점령했던 TV예능프로에는 지금까지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쏟아 나오는지 궁금할 만큼 많은 젊은 신예 트로트 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나이든 세대들만 듣는다며 음악계에서 변두리 음악으로 취급돼 밤무대로 밀렸던 트로트가 당당히 주류로 떠오른 것이다.

    ▼트로트는 100년 역사를 가진 음악 장르지만 주로 동시대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래처럼 굴곡졌다. 트로트는 일제치하였던 1920년대 처음 등장한 데다 일본 대중음악 엔카의 음계와도 비슷해 일색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해방이후 미국 팝에 밀리던 트로트는 1960~70년대 이미자, 남진, 나훈아 등이 인기를 되살렸지만 일본색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면서 ‘뽕짝’으로 비하돼 불리기도 하고, 일부 노래는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트로트(Trot)는 영어 해석으로 ‘빠르게 걷다’는 뜻이다. 미국과 영국에서 4분의 4박자로 추는 연주리듬인 폭스트로트(fox-trot)를 차용하면서 한국식 트로트의 바탕이 됐다는 견해도 있다. 일본 엔카 역시 폭스트로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두산백과사전에 트로트는 강약의 박자를 넣고 독특한 꺾기 창법을 넣으면서 독자적인 가요형식으로 완성돼 지금의 트로트가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국내 음악장르에서 ‘B’급이라는 치욕 속에서도 트로트의 생명력은 질겼다. 갖은 논란과 배척을 당했지만 현실세계에서 서민들의 입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힘을 다져왔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구성도, 경쾌하기도 한 멜로디와 나의, 우리의 얘기일 것만 같은 가슴 파고드는 가사는 서태지의 열풍과 힙합, K팝의 전성시대에도 살아남게 했다. 최근 밝고 흥겨운 노래가 가세하면서 가히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장르로 부상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 부디 문화산업이라는 미명하에 경제적 이익만 추구하다 삶의 애환이 쏙 빠진 알맹이 없는 트로트가 되지 않기 를 바라본다.

    이현근 (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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