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성난 할머니- 조윤제(경제팀장)

  • 기사입력 : 2020-05-25 20:57:23
  •   
  • 할머니들은 화를 낼 시간이 별로 없다.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이순(耳順), 환갑(還甲), 진갑(進甲)을 거친 할머니들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 없고, 귀가 순해졌기에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한다. 또 고희(古稀) 때는 모든 일을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는 행동이 없다. 망팔(望八)과 망구(望九)를 거치면서 인생 깊이를 더하고, 졸수(卒壽)에는 세상 모든 짐을 내려 놓고 졸할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심기가 매우 불편한 할머니가 계신다. 화가 단단히 나셨다. 졸수(卒壽·90세)에 접어든 이용수(92) 할머니 이야기다. 일제 식민지 치하 전쟁터로 끌려가신 할머니는 온 몸이 찢기고 영혼이 도륙당하는 수모를 겪은 이후 현재 여생을 보내며 졸할 때를 기다리고 계신다. 그런데 왜 화가 나셨을까? 그것도 우리나라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전쟁의 참혹상을 전 세계에 알려온 ‘정의기억연대’를 향해 말이다.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정대협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끄집어내고 이슈화시켜 온게 30여년의 세월이다. 그 중심에 윤미향 전 이사장이 있다. 윤 전 이사장은 현재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자 신분이다. 이용수 할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윤미향 당선자가 할머니들의 이름을 팔아 각종 성금을 받고, 이렇게 모인 성금과 공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들의 피눈물 서린 돈을 횡령했는지, 업무상 배임행위가 있었는지 등 여러 문제는 이제 검찰 손으로 넘어갔다. 수사는 정대협이든, 정의기억연대든 할머니를 위한 시민단체가 그 이름을 이용해 불법행위를 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물론 불법행위가 어느 선까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특히 우리는 시민단체가 그 구성원들의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할머니들을 이용했는지 봐야 한다. 수많은 시민단체의 명예가 걸린 문제여서 더욱 그렇다.?

    조윤제(경제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윤제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