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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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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임창연

  • 기사입력 : 2020-06-04 08: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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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정이 겨울바람보다 매서운 시절이다

    인정 대신 동정을 사는 때이다

    춥지 않으려면 돈으로 벽을 쌓고

    소통을 하려면 돈으로 그 벽을 허물면 된다

    지하 금고 대신 반지하에 방을 얻었던 사람들은

    돈 대신 쓰레기가 쌓여져 가고

    아이들을 돌볼 수 없었던 부모가 하루치

    품삯을 벌러 간 사이 아이들은 추워서

    쓰레기를 태우다 출입구가 자물쇠로 잠겨져

    몸이 태워져 하늘나라로 갔다

    뭣이 중한 디, 밥 먹는 거여, 아님 사랑인 겨

    뭣이 중한 디, 디지먼 개죽음인 겨

    사람 목숨이 돈보다 싼값에 거래 되고

    사랑도 돈 앞에 무릎 꿇던 시간이

    위태롭게 이어지던 시절이 있었다


    ☞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선생이 제주도 유배지에서 제자인 역관 이상적(李尙迪)의 변함없는 의리에 대한 답례로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해 그려준 세한도.

    시인이 오늘 그린 세한도에는 이러한 속 깊은 인정과 사랑이 없다. ‘춥지 않으려면 돈으로 벽을 쌓고’ 사람과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돈으로 그 벽을 허물어야만 하는 현실이 있다. ‘사람 목숨이 돈보다 싼값에 거래’ 되는 오늘이 펼쳐지고 있다.

    자비(慈悲)도, 인정도, 의리도, 사랑도 없이 무엇이 중요한 것임을 잊고 살아가는 시대상(時代相)을 역설적(逆說的)인 화법으로 그려낸 시인의 세한도를 통해 새삼 ‘나’라는 거울을 들여다봤음 한다. 강신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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