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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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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금야금 ‘시력 도둑’ 노안보다 무섭구나

■ 황반변성, 어떤 질환인가
사물 흐릿하게 보여도 노안으로 착각해 치료 늦어져
구부러져 보이거나 검은 점·빈 부분 있으면 의심

  • 기사입력 : 2020-06-07 21: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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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은 사람들은 선명하게 보았던 사물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흐리게 보이는 경우에도 노안으로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증세가 더 심해지면 병원을 찾았다가 황반변성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로부터 지금 치료하더라도 좋은 시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후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황반이라는 곳은 시세포(빛을 느낄 수 있는 광수용체)가 밀집돼 있고 물체의 상이 맺히는 망막의 중심 부위로, 시력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이곳이 노화나, 유전적인 요인, 독성물질, 염증 등에 의해 변화가 생겨 그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를 황반변성이라 한다. 주로 노화로 인해 기능이 떨어져 시력이 감소하고, 심한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는 경우를 연령 관련 황반변성이라 한다.

    마산 김안과 박종문 원장이 황반변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진료를 하고 있다./김안과/
    마산 김안과 박종문 원장이 황반변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진료를 하고 있다./김안과/

    황반변성은 비삼출성(건성)과 삼출성(습성)으로 구분하는데, 비삼출성 황반변성인 경우 망막 밑에 드루젠이라는 노란 침착물이 보이며, 망막 및 맥락막 위축이 나타난다. 후기를 제외하고는 시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에 반해 삼출성 황반변성은 망막 아래에 비정상적인 맥락막 신생혈관이 생기는데, 이 혈관은 정상적인 혈관이 아니기 때문에 매우 약하고 터지기 쉬워 삼출물과 혈액이 흘러나와 황반 부위에 손상이 생긴다. 삼출성 황반변성은 황반부에 망막하 출혈이나 망막하액, 색소상피박리 등이 나타나 초기부터 시력 저하가 나타나고, 시력 예후가 매우 나빠서 65세 이상 인구에서 법적 실명의 빈도가 가장 높은 질환이다. 비삼출성 황반변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심한 시력상실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삼출성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출성 황반변성의 경우 전체 황반변성의 20~30% 정도를 차지하지만,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두면 시력이 빠르게 떨어져 많은 환자들이 실명에 이른다.

    일반적으로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조직 내 노폐물의 축적이 생기고, 이로 인해 망막에 저산소증이 발생해 망막과 맥락막에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겨 이곳에서 누출된 혈액이나 액체가 원인이 되어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황반변성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나이를 들 수 있지만, 이 외에 흡연, 튀긴 음식, 햄버거 등의 고지방·고열량 식습관, 스트레스, 비만, 고혈압, 혈중 콜레스테롤, 심혈관계 질환, 유전 및 가족력 등의 요소들이 황반변성의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나이(60세 이상), 흡연, 여성, 고혈압, 항산화제 섭취량이 부족한 경우, 가족력이 있는 경우, 한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를 황반변성의 위험인자로 간주하고 있다.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은 변형시와 중심암점이 특징이다. 변형시는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는 증상을 말하는데, 주로 초기 맥락막 신생혈관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맥락막 신생혈관이 황반 부위의 망막 하에 발생한 경우에 혈관의 증식으로 인해 그 위에 있는 망막이 구부러지거나 볼록하게 솟아올라 변형시가 발생한다. 이와 달리 시야의 중앙 부위가 다른 부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어둡게 보이거나 전혀 안 보이는 작은 부위가 존재하는 경우를 중심암점이라 한다. 이러한 증상은 각각의 눈을 한 눈씩 가리고 각각 검사를 할 경우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욕실의 타일이나 중앙선 등 선이 굽어보이고,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생긴다. 또 사물의 가운데가 검거나 빈 부분이 있고, 사물의 형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대비감(색 및 명암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대비감이 떨어지면서 시야의 중심에 영구적으로 검은 점이 생기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정밀검사를 받아 황반변성에 의한 것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황반변성 진단을 위한 기본적인 검사로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과 인도사이아닌그린혈관조영술을 들 수 있다. 이 방법들은 망막의 혈관상태와 맥락막 신생혈관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빛간섭단층촬영술은 황반변성의 검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검사로, 비침습적으로 망막의 단층을 촬영해 드루젠, 맥락막 신생혈관, 출혈, 삼출물 등의 변화를 직접 볼 수 있어 진단과 경과 관찰에 이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빛간섭단층혈관조형술로 조형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맥락막 신생혈관을 발견하기도 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드루젠의 존재 여부, 드루젠의 크기 및 개수 그리고 지도형 위축의 존재 여부와 침범 범위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로 구분한다. 초기 건성 황반변성은 치료개념보다는 위험인자에 대한 관리가 우선인데, 이를 위해 적어도 1년에 한 번 안과에서 안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황반변성의 진행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진 항산화제(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 C, 비타민 E, 아연, 구리 등)를 복용하고, 황반변성의 위험인자인 고혈압, 고지혈증 등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다. 흡연이나 자외선은 위험인자가 되므로 금연을 하고, 태양이 강한 날에 외출할 때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이미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했다면 시력 보존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최근 가장 각광 받는 치료는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항체를 눈 속으로 주사하는 치료(항체주사치료)이다. 대표적인 약물은 아플리버셉트(아일리아), 라니비주맙(루센티스), 베바시주맙(아바스틴)이 있고, 이들 약물의 눈 속 주사는 다른 치료법에 비해 탁월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 시력 유지가 가능하며 일부에서는 시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약제의 종류와 환자의 약제에 대한 반응을 고려해 4~8주 간격으로 주사를 반복하기로 하고, 주사치료를 멈추거나 멈췄다가 재발하는 경우 다시 치료를 시작하는 등 다양한 양상으로 치료와 관찰이 이뤄진다.

    황반변성은 완치가 어려운 안과 질환임은 분명하지만, 다른 질병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고 위험인자를 줄이며 발병 후에라도 잘 관리하면 시력 저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에 대한 이해를 높임으로써 치료의 순응도를 높이고, 이로 인해 질병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조기 검진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오복 기자·도움말= 마산 김안과 박종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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