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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간접 음주폐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 김광기(인제대 보건대학원장)

  • 기사입력 : 2020-06-28 20: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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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때는 그랬다. 1970년대 대학교 강의실에서 교수님은 파이프 담배를 피웠다. 기차에서 피는 담배는 여행의 멋이었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책상에는 재떨이가 놓여 있었고 그 공간은 담배연기로 흐려 있었다. 지금은 모두 불법이다.

    특정 장소에서의 흡연이 세월에 따라서 정상행동이었다가 불법으로 바뀌었다. 흡연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특정 장소에서의 흡연이 다른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불법으로 규정하였다. 그때는 몰라서 그랬고 지금은 과학적으로 알게 되었다. 국민을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법을 제정한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병이 생기거나 알코올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음주자로 인해 다른 사람의 건강과 생명, 안전 및 삶의 질이 파괴된다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알더라도 우리는 애써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다. 음주운전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우리 일상에서 많은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음주자의 사고나 폭력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당해야 하는 신체적 피해, 재물파괴, 성희롱, 술 취한 낯선 사람을 길거리에서 볼 때 느끼는 불안감이나 두려움, 음주자의 결근으로 인해 동료가 대신 수행하여야 할 업무 역할, 늦은 음주 귀가로 인한 배우자의 우울이나 양육 스트레스 증가, 결혼생활 만족도 저하나 삶의 질 저하 등과 같은 폐해도 있다. 주취 폭력자를 돌보기 위한 각종 행정비용, 음주자의 의료비 지출로 인상되는 건강보험료을 비음주자가 분담하여야 하는 비용, 돌봄 제공자의 음주로 인해 가정의 돌봄 기능이 작동되지 않게 되거나 쾌적하고 안전하여야 할 생활공간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음주로 인해 음주하지 않은 사람의 건강과 생명 및 삶의 질에 피해가 생기는 것을 간접 음주폐해라고 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1/3정도와 중고등학교 여학생의 60% 이상은 다른 사람의 음주 때문에 피해를 경험하였다고 응답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는 이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은 피해가 존재할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나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하여 거의 “손 놓고” 있다. 오히려 가해자를 보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한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서 행한 것이니 가해자의 행동을 봐 주자는 것이 법원의 입장일 때가 있다.

    음주자로 인한 폐해를 예방 감소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동(음주)으로 엉뚱한 사람이 피해보는 것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어야 한다. 간접 흡연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처럼 간접 음주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노력 또한 절실한 것이다. 더욱이 간접 흡연폐해보다 종류도 다양하고 크기도 더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음주는 좋은 것”이고 그것으로 생기는 폐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믿는 것은 틀린 것이다. 그때(농경사회에서)는 맞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개인의 행복추구가 우선하는 정보사회)은 틀렸다. 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이 더 크며 술 권하는 사회보다 술을 규제하거나 음주를 제한하는 사회가 더 쾌적하고 건강하며 삶의 질이 높은 사회라는 과학적 근거가 많다. 음주는 좋은 것이고 주취행동은 “고의성이 없는 웃자고 하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라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도 없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알코올중독자이거나 술고래도 아니다. 한 잔을 마신 사람도 그런 행동을 한다. 사람 탓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제한하지 않는 환경(문화)이 없기 때문이다. “술 권하는 문화는 좋은 것”이라는 틀린 믿음을 버릴 수 있게 사회가 나서야 개인의 건강권과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는 시절에 우리가 살고 있다.

    김광기(인제대 보건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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