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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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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에 구멍이? ‘기흉’ 알아보기] 바람 든 폐, 방치하면 터져요!

10~20대 남성에 주로 발생… 원인은 불명
흉막강 안에 공기 차 흉부 통증·호흡 곤란
흉강 내 관 삽입, 구멍 막거나 제거해 치료

  • 기사입력 : 2020-06-28 2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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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0대 젊은 남성에서 주로 발생하는 기흉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예방하기 어렵다. 더욱이 한 번 발병하면 재발률이 높아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기흉은 흉막강 안에 공기가 차 있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흉막강은 흉수가 존재하는 공간으로, 여기에 공기가 있다면 가슴 안 어디서인가 공기가 샜다는 것이다. 이때 공기가 샐 수 있는 대표적인 장기가 바로 폐이다. 물론 식도나 기관지 손상이 발생해도 기흉이 생길 수 있으며, 흉벽을 통해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오는 경우에도 발병 소지가 있다.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는 기흉은 구멍이 생기는 원인에 따라 자발성과 외상성 그리고 의인성으로 나뉜다. 자발성이라는 것은 어떠한 외부 요인 없이 저절로 폐에 구멍이 발생한 경우이며, 외상성은 교통사고 등으로 폐 내 압력이 상승해 구멍이 생기거나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를 찢는 경우이다. 의인성은 의료진이 통증 주사나 중심정맥혈관주사 등의 시술 과정에서 바늘이 폐에 구멍을 만드는 경우이다.


    이 중 자발성 기흉은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뉜다. 일차성 기흉은 질환이 없는 폐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구멍이 생기는 현상으로, 폐측 흉막의 공기주머니인 폐기포의 막이 얇고 약하기 때문에 생긴다. 주로 젊은 연령(10~20대)에서 발생하고, 남자에게서 잘 나타난다. 폐기포가 있다고 하면 환자들은 내 폐가 약해져서 나중에 나쁜 병에 걸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폐기포는 전체 폐에서 극히 일부분에 속하며, 나머지 대부분의 폐는 정상적인 폐실질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특별한 폐질환이 없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폐에 폐기포가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으며, 그중 가장 합리적인 가설은 폐 내 압력이 폐의 위치에 따라 다르고 사춘기 성장 과정에서 흉벽의 성장 속도와 폐의 성장 속도 간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폐의 꼭대기 부분이 흉강과 폐 사이 압력차가 가장 크고 이로 인해 폐기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압력 차에 의해서 발생한 폐기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계속 더 생기거나 커지고, 그 과정 중 자발적으로 터진다. 폐기포가 터짐으로써 폐 내 공기가 흉강으로 새게 돼 기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차성 기흉은 일차성 기흉과 다르게 폐 자체에 질환이 있는 경우이다. 즉 건강한 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만성폐쇄성폐 질환, 폐기종, 결핵, 기관지 확장증, 폐암 등 폐에 이미 질환이 있는데, 그 질환으로 인해 폐측 흉막이 약해져서 터지는 경우이다. 때문에 이 경우에는 호발 연령이 50~60대이며, 흡연력과 관련이 있고 남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흉부 통증, 그냥 넘기지 마세요

    기흉이 발생하면 환자는 갑작스러운 흉부 통증, 호흡 곤란, 흉부 불편감과 답답함을 호소한다. 숨을 내쉴 때마다 구멍이 난 부위로 공기가 점차 새기 때문에 한정된 가슴 공간 안에서 새어 나온 공기는 폐를 압박해 바람 빠진 풍선같이 폐를 찌그러트린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폐는 완전히 압박돼서 작아지고, 이후 새어 나온 공기가 심장까지 누른다. 이러한 현상을 긴장성 기흉이라고 부르고, 기흉 환자에게서 아주 위급한 상황이다.

    기흉 치료는 크게 흉강 내에 관을 삽입해 공기를 제거하고, 폐를 펴주는 흉관삽입술과 구멍 난 부위를 막아주는 흉막유착술, 구멍 난 부위를 제거하는 수술 등이 있다. 먼저 새어 나오는 공기의 양이 적은 경우에는 관을 삽입하지 않고, 구멍이 난 부위가 저절로 아무는 것을 기다려 볼 수도 있다.(단순 경과 관찰법)

    하지만 일부 환자에서만 가능하며, 대부분의 경우는 흉강에 관을 삽입해야 하는데, 환자의 양상을 보고 삽입할 관의 두께를 결정한다. 일차성 기흉의 경우에는 비교적 작은 관을 삽입해도 새어 나오는 공기의 양을 맞춰서 공기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이차성 기흉의 경우는 대개 터진 구멍이 큰 경우가 많아 큰 관을 삽입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관을 삽입한 이후에 자연히 아물도록 기다릴 것인지, 흉막유착술로 구멍을 막을 것인지, 아니면 수술로 폐기포를 제거할 것인지 결정한다.

    여기서 일차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의 접근 방법의 차이가 발생한다. 일차성 기흉은 건강한 젊은 환자이기 때문에 자연 경과나 수술을 주로 이용하고, 흉막유착술은 잘 이용하지 않는다. 흉막유착술은 전체 폐측 흉막과 벽측 흉막을 붙이는 수술인데, 환자가 추후 다른 질환을 앓을 경우 수술의 난이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또한 병변이 폐 상부에 국한적이고, 개수가 많지 않은 경우가 많아 수술로 절제하더라도 폐 손실이 크지 않다. 하지만 이차성 기흉의 경우 환자의 연령이 높고 폐기능이 나쁜 경우가 많아 전신 마취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폐의 병변이 한두 곳에 국한하지 않기 때문에 절제 범위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이차성 기흉의 경우에는 수술로 터진 부위만 절제하고, 전체 흉막유착술을 시행하거나 아니면 바로 흉막유착술을 시행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기흉 환자는 비행기를 탈 수 없나요?

    수술하지 않고 자연히 나은 경우 다시 기흉이 발생할 가능성이 일차성 기흉에서는 30~50%, 이차성 기흉의 경우 60~70%에 이른다.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5~10% 정도의 재발률이 있다. 자연히 아문 경우에는 폐기포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다시 터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수술로 폐기포를 절제해도 재발 우려가 있는데, 일차성 기흉에서는 폐기포가 새롭게 생성하기 때문이며, 이차성 기흉에서는 가지고 있는 폐질환이 계속 진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기포를 악화시키는 요인 제거가 꼭 필요하다. 바로 금연이다. 흡연을 하면 담배 연기가 폐포 내의 모세혈관을 수축시키고, 폐기관지 내에 만성 염증을 유발해 폐기포가 점차 증가하고 커지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흡연자의 경우 꼭 금연을 해야 재발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그 외에 흉강 내 압력이 급속히 변화하는 환경을 피해야 하는데, 스카이다이빙이나 물속 깊이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 같은 레저 활동은 기압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므로 폐기포가 터질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공군 비행기는 기체 압력이 크게 변화하므로 기흉 환자는 조종사를 직업으로 가질 수 없으나, 일반 비행기의 경우 압력을 꾸준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탑승객으로는 문제가 없다.

    정오복 기자 obokj@knnews.co.kr

    도움말= 건강관리협회 2020년 건강소식 6월호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장효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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