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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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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현문우답(賢問愚答) - 양재성 (시인·법무사)

  • 기사입력 : 2020-07-27 21: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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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강을 앞둔 강의시간의 일이다. 한 학생이 ‘시험은 왜 치는 겁니까?’ 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져왔다. 따분하였던지 설왕설래에 중구난방이다. 사태를 수습해야 할 상황인지라 “우리는 왜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라는 반문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역사는 반복되는 속성이 있고 이를 통하여 교훈을 얻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왜구의 노략질과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 및 현재의 경제침략은 역사의 반복되는 일면으로 볼 수 있다. 승자의 기록인 역사는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교훈과 함께 우리의 국력을 길러 일본을 극복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개인적 차원으로는 학생의 학업과정을 기록한 것이 학적부요, 그 사람의 행적과 경력을 기록한 것이 이력서이다. 그것들은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최소한의 지표역할을 하게 된다. 만일 여러분이 국가나 기업의 사용자라면 무엇을 근거로 적임자를 가리겠는가. 학생부, 성적표, 자격증, 이력서 등 과거의 자료가 아닐까. 과거에 충실했던 사람은 미래에도 충실할 것이라는 기대가능성의 토대다. 그 객관적 검증 절차가 시험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아전인수 식으로 끝을 맺었다.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시험과 경쟁의 연속이다. 어렵게 학업을 마쳐도 취업시험, 임용시험, 자격시험 등 넘어야 할 장벽이 첩첩이다. 취업절벽으로 부모에 기대어 지내는 캥거루족, 빨대족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정작 큰 문제는 시험이나 경쟁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의 공평성이다. ‘금수저 흙수저’와 ‘부모찬스’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만일 ‘우리들의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지도층 자녀들의 입학비리, 성적비리, 취업비리, 병역비리에다 어른들의 비리까지 끝이 없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열심히 공부하라는 원론적인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이 부끄럽다. 시험과 취업전쟁에 지친 청년들에게 장차 이렇게 말하는 날이 왔으면 싶다. “세상은 투명하고 공정하다. 고로 자신의 역사 창조에 충실하라” 고 말이다.

    양재성 (시인·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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