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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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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두 다리 쭉 뻗고 자는 장마철- 이명근(월영동축제위원장)

  • 기사입력 : 2020-08-03 20: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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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에 이어 이번엔 물이다. 중국은 기록적인 홍수로 수재민이 4500만명에 이르고, 재산피해가 무려 20조에 육박한다고 한다. 일본 역시 사망자가 72명에 이르고, 방글라데시, 인도, 네팔 등 남아시아에서도 700명 넘게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며 강풍을 동반한 물 폭탄이 전국에 쏟아졌고, 뉴스를 틀면 물바다가 된 침수 현장 소식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역과 철도가 잠기고, 가로수가 뽑히고, 야산에서 흘러내린 토사로 도로가 끊기고, 담벼락이 무너지고, 차량들은 속절없이 뒤엉켰다.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이 장면들이 이토록 뇌리에 강렬하게 남은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것이 남의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마산합포구 월영동 지역은 매년 여름 물난리를 연례행사처럼 겪어야 했다. 특히 태풍이나 장마가 해수위가 높아지는 대조기와 겹치면 그날 밤은 잠을 포기한 채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해야 했다. 마산 해안 저지대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2003년 태풍 매미 때부터 매년 여름 반복되어 온 이 불안감을 이제는 비로소 떨칠 수 있게 됐다. 창원시가 지난 6월 말 ‘마산서항 배수펌프장’을 준공했기 때문이다. 2015년 8월부터 무려 456억원이 투입된 배수펌프장은 1분당 2174t의 물을 처리할 수 있고, 시간당 80㎜강우가 내려도 끄떡없는 방재성능을 갖추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양덕·봉암지구 도시침수 예방사업도 준공됐다. 4년간 11.2㎞의 하수관로가 정비됐고, 분당 각각 1200t, 510t을 배출할 수 있는 빗물펌프장 2개가 설치됐다.

    이 지역에 살면서 매년 여름 물난리를 걱정하는 것은 숙명이었다. 특히 장마나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알려지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대비를 해봤지만, 수해 걱정 탓에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이 있었다. 특히 장마철에다 태풍까지 겹치고, 설상가상으로 만조 시기까지 더해지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있었다.

    20여년 만에 이제부터 두 다리 쭉 벋고 자야겠다. 다른 사람들처럼 비오는 날에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이며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름대로의 침수 대비 작전도 이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름철 대비 필수 장비들을 이젠 버릴 때가 된 것 같아 또 기분이 좋다.

    이 자리를 빌어 주민들의 숙원을 풀어준 창원시의 공무원들과 모든 공사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들에겐 침수예방사업이 일상적 업무였을지 모르지만, 행정의 직접적 수혜를 받는 주민 입장에서는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창원시가 시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주민 친화적인 적극 행정을 펼쳐주었으면 좋겠다.

    이명근(월영동축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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