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아동학대와 모성- 이수경(로펌 더도움 변호사)

  • 기사입력 : 2020-08-04 20:14:04
  •   

  • 지난 5월 창녕에서 9세의 아동이 잠옷 차림에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한 도로에서 도망치듯 뛰어가다가 주민에게 발견되어 구조되었는데, 당시 아이의 상태는 온몸에 멍이 들고 손가락에 심한 화상을 입었으며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상반기를 떠들썩하게 했던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다. 전국을 공분으로 몰아넣은 창녕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서 불현듯이 몇 년 전에 맡았던 국선변호 사건 하나가 떠올랐다.

    한 여자가 출산한 직후에 태어난 아기를 살해한 사건이었다. 사건 개요만 보고 어떤 또 몹쓸 사람이 피어보지도 못한 어리고 약한 생명을 빼앗아갔나 싶었는데, 막상 만난 그 여성은 지적장애 2급으로 생활이 너무나도 궁핍했었다.

    가난한 집에서 어릴 적부터 다른 형제들보다 떨어진다는 이유로 교육은 고사하고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으며 성장하였고, 위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자신이 지적장애 2급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을 정도였다.

    찜질방을 떠돌며 노숙생활을 하다가 노숙인을 만나서 아기가 생겼는데, 결혼은 고사하고 병원에 갈 비용조차 마련해주지 않는 친부 때문에 몰래 화장실에서 아기를 낳아서 바로 살해한 것이었다. 사실 그 여성은 임신한 이후 아기의 친부와는 헤어졌고 몰래 출산했기 때문에 아기를 살해했다는 사실은 오직 자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사건이 발각되었을까? 모성 때문이었다. 지적장애 2급으로 사회적 지능이 고작 7세에 불과하다는 그 여성은 갓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해친 죄책감과 모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눌한 말로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다녔고 그런 말을 들은 이웃의 제보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것이었다.

    법적으로 아동학대는 신체학대뿐만 아니라 언어적인 폭력, 성 학대, 심리적 학대, 방임이나 방치 모두 처벌대상이 된다. 그리고 아동학대의 대다수는 친부모에 의해 자행되며 창녕 아동학대 사건이 그러했듯이 가정에서 발생한다.

    그래도 친부모의 학대로 인해 아동의 생명까지 빼앗기는 극단적인 형태는 친부모가 심한 우울증이나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하다. 앞선 영아살해 사건도 엄마로서 아기를 지킬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판단이 부족한 엄마의 극단적인 선택이었고, 창녕 아동학대 사건도 오래전부터 조현병을 앓고 있었던 친모가 거제에서 창녕으로 거주지를 옮긴 후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건 모두 친부의 부존재 속에서 친모는 정신적인 문제로 모성을 지키지 못한 점이 닮아 있었다.

    197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고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로도 유명한 그룹 아바 이야기다. 아바는 수많은 명곡을 내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1981년도에 돌연 해체되었는데, 바로 부부 멤버였던 비요른 울바에우스와 아그네사 팰트스코그의 이혼 때문이었다. 평소 금슬 좋기로 소문난 위 부부의 이혼 사유는 뜻밖에도 자녀들 때문이었는데, 모성애가 큰 아그네사가 어린 애들만 두고 해외 공연을 다니는 일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한 반면 남편인 비요른은 유명세를 그대로 이어가길 원했기에 결국 아그네사가 엄마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혼을 요구했다고 알려져 있다. 아바의 아그네사처럼 그 어떤 부와 명예를 버릴 수 있는 것이 모성이긴 하나, 그런 모성 혹은 부성에만 기대어 아동학대를 예방하기엔 병을 얻을 정도로 극한 환경 속에 처한 부모들이 너무 많다.

    양육에 있어서 가족관계의 문제나 사회적 지지체계의 결여와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동양적인 사고방식 등으로 인해 모성이나 부성을 넘어 버리는 폭력성이 학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의 출생률은 0.9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렵고 귀하게 태어난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 차원에서라도 사회적인 관리·감독과 지원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때이다.

    이수경(로펌 더도움 변호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