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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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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프다- 이문섭 (국민연금 창원지사 가입추진팀장)

  • 기사입력 : 2020-08-06 20: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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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문섭 국민연금 창원지사 가입추진팀장

    매 2년마다 직장에서 지원해 주는 종합검진을 받는다. 고맙기도 하지만 불편하고 겁나기도 하다, 재작년부터 그 전에는 언급되지 않던 녹내장 의심 어쩌구하는 소견이 나온다. 부득이 큰 병원에 간다.

    병원 로비에 들어서면 우선 그 큰 규모로 지레 환자의 야코를 죽여 놓는다. 기계음이 띵똥거리면서 번호를 불러대고 직원들 역시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도 싣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중얼거린다. 아니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세히 들어보면 직업적인 중얼거림을 반복하는 데에 대한 옅은 짜증이 묻어 있다. 이래저래 의사를 만나기까지는 한참 걸린다.

    없는 시간을 쪼개어 병원 안과를 들러서 건강검진 결과표를 내놓으면서 진료를 받으려하니 이 분야는 아무개 교수님 분야이니 보름 뒤에 오라고 예약 날을 잡아 준다. 별 수 없이 그날에 휴가를 내고 병원에 다시 들렀다. 안과에서 기다린 후 접수하려고 하니 초진이므로 다시 외래로 가서 접수하고 돈을 치르고 다시 오라고 한다, 외래 접수하는 데로 가니 그 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번호표를 뽑고 내 번호가 모니터에 뜰 때까지 기다린다. 진료비 영수증을 받아 해당과에 제출한다. 또 한참 기다린 후 이런 저런 검사를 한다. 마침내 의사와 대면한다.

    의사는 검사결과를 들여다보더니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으니 경과를 두고 보잔다. 대기실로 가서 또 기다린다. 간호사가 한 달 뒤에 다시 오란다. 병원비도 만만찮다. 진료확인서를 발급받으려고 물어보니 담당 직원은 쳐다보지도 않고 손만 내민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면서 시간을 지체하자 “신분증이요”하면서 재촉하듯 힐끗 쳐다본다. 짜증이 다시 치밀어 오른다.

    이 쯤에서 나는 그래도 이만하기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라도 주삿바늘을 꽂고 튜브를 달게 되면 병원은 ‘갑’이 되고 환자는 ‘을’이 된다. 아프지 말자. 건강을 과신하지 말고 동네 작은 병원에 자주자주 다니자. 매일 걷자. 이틀에 한 번 정도는 땀을 흘리자. 가진 돈이 많다면 주변에 일삼아 밥도 자주 사자, 정신 건강에 좋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것도 좋지만 기껏 모은 돈을 병원비로 날리지 않고 병원을 ‘갑’으로 섬기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아니 한가 ?

     이문섭 (국민연금 창원지사 가입추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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