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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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FC 발이 되어준 기사님 떠난다

퇴임하는 구단버스 기사 박만호씨
창단 때부터 일해온 구단 ‘산증인’
15년간 전국 돌며 100만㎞ 운행

  • 기사입력 : 2020-08-06 21: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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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사고 없이 선수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다녔는데 벌써 퇴직이라니…”

    도민프로축구단 경남FC의 빛나는 주연은 선수단이다. 팬들의 환호를 받고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들이 경기에만 전념하도록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홈경기부터 원정경기까지 선수단을 버스에 태우고 전국을 돌며 동고동락하는 구단버스 기사인 박만호(60)씨도 그렇다. 선수들은 항상 함께하면서 아버지라고 부른다.


    박만호 경남FC 구단버스 기사.

    지난 2006년 경남FC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구단의 산증인이기도 한 그가 이달 말 정년퇴임을 한다. 경남FC를 거쳐 간 많은 직원들이 있지만 정년으로 퇴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공식 1호인 셈이다.

    그가 경남FC와 인연을 맺은 것은 창단때 단장을 한 고 전형두 경남축구협회장의 권유 때문이다. 그는 “축구를 좋아해 관광버스를 하면서도 대회 때마다 마산공고 선수들을 태우고 다녔다. 이를 알고 있던 전 회장이 구단버스가 준비돼 있지 않으니 관광버스로 운전해달라고 했고, 그것이 인연이 돼 경남FC에 들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창단을 앞두고 남해에 훈련을 갔는데 급하게 관광버스 외관에 경남FC 이름과 로고가 들어간 필름을 씌우는 랩핑을 했는데 추운 겨울이어서 제대로 붙지 않아 훈련을 마치고 창원으로 돌아오니 너덜너덜하게 다 떨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관광버스가 수입은 훨씬 낫지만 축구를 좋아하는데다 프로구단에서 안정적으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어 경남FC를 선택하게 됐다”면서 “중학교 때까지 축구를 하다가 그만둔 한이 있었는데 대신 좋은 감독과 선수들 태우고 다니면서 경남FC의 모든 경기 원 없이 볼 수 있었던 게 참 즐거웠고 대리만족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는 “선수들을 보면 다 아들 같은데 많을 때는 한 시즌에 50명이 넘는 선수가 있기도 했다. 잘 된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도 있어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면서 “초창기 멤버였던 정경호와 지금은 포항에서 뛰고 있는 최영준이 성격이 좋아 기억에 남는다. 외국인 선수 가운데는 운동장에서 풀 뽑는 아주머니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웃어주던 인성 좋은 까보레가 많이 생각난다”고 기억했다.

    그가 지금까지 경남FC 구단버스로 달린 거리는 100만km에 달한다. 혼자 1군과 2군 경기를 도맡아 운전하면서 그를 거쳐 간 구단버스도 3대나 된다. 그는 15년간 재직하면서 지난해 모친상 때를 제외하고 한 번도 운전대를 놓은 적이 없다. 부친 제사 때도 원정경기와 맞물러 가지 못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박만호 경남FC 구단버스 기사.

    경기가 없는 날에는 선수들 방의 전구를 갈아 끼워주거나 배수구가 막히면 뚫기도 하고, 잔디도 정리하는 등 별도 관리인이 없는 함안클럽하우스의 관리까지 1인 3역을 하며 묵묵히 선수단의 뒷바라지를 해왔다.

    그가 구단버스를 운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선수들의 안전과 안락함이다. 차량 점검은 물론 매일 청소도 하며 선수들이 버스 안에서는 쾌적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쓴다. 서울, 인천, 강릉 등 장거리 원정경기때는 함안클럽하우스에 돌아오면 새벽 2~3시가 넘는데 선수들 안전 때문에 빨리 달리지도 못한다고 한다. 박항서, 조광래, 최진한 감독때 진 날은 선수들이 숨도 제대로 못 쉬어 일부러 휴게소에 두세 번씩 들러 숨통 좀 트게 하기도 했다.

    퇴직 후 무엇을 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그는 “경남FC 경기는 계속 봐야 안 되겠습니까”라고 껄껄 웃는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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