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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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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조로 읽는 한국의 석탑] (54) 문경 봉암사 삼층석탑

통일신라의 단단한 기품은 흐트러짐이 없구나

  • 기사입력 : 2020-08-10 21: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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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뭇새들 들고 나는 문경새재 들머리

    백운대 마애불은 기다리고 계시는데

    오늘도 닫힌 산문은 끝내 열리지 않는다

    걸어서 못 간다면 낙엽으로나 불려가지

    그곳이 미타찰(彌陀刹)로 이어지는 길이라면

    고요히 먼지가 되어 바람에나 실려가지


    봉암사는 신라 하대 구산선문의 하나로 신라 헌강왕 5년(879년)에 도헌 지증대사(824~882년)가 창건하였다. 경내에 있는 비문에 따르면 도헌은 어려서부터 불심이 깊어 부석사에서 출가했는데, 임금의 간곡한 권유에도 경주로 나아가지 않고 수행정진에만 힘썼다고 한다. 그러던 중에 심충이란 사람이 희양산에 있는 땅을 내면서 선원을 세우기를 청하여 둘러보았는데 “이 땅을 얻었다는 것은 하늘의 뜻이다. 이곳에 승려들이 살지 않는다면 도적굴이 될 것이다” 하면서 봉암사를 세웠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요즘도 봉암사는 일반인에게는 일 년 중 단 하루, 석가탄신일에만 출입을 허락한다. 1982년부터 대한불교 조계종 특별수도원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절 한 곳쯤은 굳건히 닫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절이 꼭 관광지일 필요는 없다. 수도를 위한 도량이라면 세속의 사람들이 찾아가지 않은들 어떠랴. 하지만 석탑을 보려면 봉암사 산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인 차량의 출입이 통제되는 오솔길은 향기로운 숲 내음으로 가득하다. 물론 맑은 계곡 물소리는 덤이다. 석탑은 대웅보전 앞 석축 아래 마당에 서 있다. 이 탑의 상륜부는 완전한 모습을 갖고 있어 현재 전하는 석탑 가운데 매우 드물고 귀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사진= 손묵광, 시조= 이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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