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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복, 다시 찾은 권리- 김지인(창원시의창구선관위 홍보주무관)

  • 기사입력 : 2020-08-13 20: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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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대 신민들은 짐의 뜻을 받들어라.”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 앞에서 귀를 기울이던 많은 사람들은 일왕의 항복 선언을 듣고도 그것이 항복 선언이었던 줄은 아마 한참 후에나 알았을 것이다. 4분 30초 남짓한 라디오 방송은 보통사람이 알아듣기에 어렵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책임도, 사과도 없이 그저 모호한 말을 늘어놓던 일왕의 마지막 말은 “그대 신민들은 짐의 뜻을 받들어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한마디는 독립에 대한 갈망의 이유를 선명히 보여준다.

    신민은 신하(臣)와 백성(民)이라는 뜻으로, 군주로부터 ‘다스림’을 받는 이를 말한다. 광복 전 우리는 신민으로 불리는 35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수탈당하고 지배당했던 그 역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아픔으로 남아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의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조선인이 이 나라의 주인’이라고 선언했던 선조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군주국가로의 회귀가 아닌, 조선인 모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위해 투쟁했던 것이다. 이 투쟁으로 인해 우리가 알고, 또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희생되어야만 했다. 우리가 오늘날에 너무나도 당연히 누리고 있는 주권은 수많은 사람들이 흘린 피로써 완성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피의 역사를 딛고 사는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의식하는 삶’이다.

    숨 쉬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지금의 우리는 국민주권의 소중함을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정치에 대해 말하는 것을 주저하게 되고, 나와는 관계없는 먼 이야기라고 느끼며 산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주권이니 민주주의니 하는 말이 허상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주권의 상징과도 같은 선거 때조차도 정치에 질려서, 변하는 것이 없어서와 같은 이유로 투표를 외면한다. 과거에는 타의에 의해 빼앗겼던 것을 현재에는 자의로 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너무 쉽게 포기하며 살았던 것을 다시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의 삶이, 암울한 시절 누군가의 삶을 온전히 바쳐 얻은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기를 바란다. 다가오는 광복 75주년을 맞이하며, 75년 전 그 날을 光復(광복)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 답이 우리가 잊고 살았던 우리의 본질을 깨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살아가자. 신민이 아닌 국민으로서의 삶을.

    김지인(창원시의창구선관위 홍보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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