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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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호주 (14)

오랜 세월 빚은 ‘틈’이 아름다운 곳
시드니 항만 입구 공원 ‘갭 파크’
그림 같은 기암절벽과 거센 파도

  • 기사입력 : 2020-08-27 20: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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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빠삐용’ 촬영지로 유명한 갭 파크 전경.
    ‘빠삐용’ 촬영지로 유명한 갭 파크 전경.

    조식을 먹고 갭 파크(Gap Park)으로 가기로 했다. 갭 파크는 시드니 항만의 입구이자 바다로 뻗은 기암절벽의 절경이 아름다운 해안 공원이다. 오랜 세월 침식과 퇴적으로 형성된 절벽 바위에 수많은 틈이 생겨서 ‘갭(Ga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절벽을 따라 난 산책로와 그 위의 아담한 마을, 해발 100m의 단애절벽에 부딪치는 파도가 그림 같은 풍경을 이룬다. 특히 칼로 자른 듯 반듯한 절벽이 장관이다. 영화 ‘빠삐용’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빠삐용이 뛰어내린 절벽이 바로 이곳 갭 파크의 절벽이다. 실제로 절벽이 높고 가팔라서 절벽 주변은 안전 펜스가 둘러져 있다. 그럼에도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갭 파크는 호주 개척 시절에는 영국에서 끌려온 죄수들이 자살을 감행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공원 한쪽에는 1857년 침몰한 영국 함선이 남긴 거대한 닻이 보존돼 있으며, 그때 함선과 함께 수장된 선원을 기리는 추모탑을 볼 수 있다. 갭 파크를 둘러보면서 자연스럽게 왓슨스 베이(Watsons Bay)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 질 녘의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본다이 비치(Bondi Beach)와 묶어 반나절 코스로 묶어가기에 괜찮다.

    페리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는 왓슨스 해변의 모습.
    페리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는 왓슨스 해변의 모습.

    갭 파크는 써큘러 키(Circular Quay)역에서 내린 후 페리를 타고 왓슨스에 하차하여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해안가라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 날이 조금 쌀쌀하다면 많이 추울 수 있으니 겉옷을 꼭 챙겨가야 한다. 갭 파크에서 사진을 찍고 우리는 돌아와서 키아마(Kiama)에 가기 위해 타운홀(Town Hall)로 갔다. 타운홀에서 기차를 타고 3시간 넘게 가면 키아마에 도착한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소나기가 와서 비를 쫄딱 맞았다.

    이전에 이 지역에 살던 원주민들은 이 곳을 ‘키아라마(Kiarama)’라고 불렀는데, ‘바다가 시끄러운 소리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파도가 해변 화강암 사이의 구멍을 통해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키아마 블로홀(Blowhole)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우리도 블로홀을 보러 갔는데 블로홀이 구글에 안나오고 리틀블로홀이 있어서 갔더니 사진으로 봤던 곳과 사뭇 달랐다. 지나가는 차를 세워 여기가 블로홀이라고 물어봤는데 이 곳은 리틀블로홀이고 블로홀은 다른 곳에 있다고 해서 한참을 더 걸어갔다. 완전 반대쪽으로 간 것이었다. 헛걸음을 안 하려면 구글지도에 Blowhole 대신 Kiama Blowhole이라고 쳐야 한다.

    키아마 블로홀의 모습.
    키아마 블로홀의 모습.

    ‘꽃보다 청춘’에서 봤던 아이슬란드 게이시르의 미니버전이 키아마의 블로홀 같았다. 파도에 따라 높이가 조금씩 달라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하고 또 파도가 높이 치면 정말 높이도 올라가서 사실 정말 별거 없는 곳이기도 했지만 최고의 높이에서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계속해서 파도를 기다렸다. 여행을 하면서 나의 급한 성격이 다소 느긋해진 것은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이러한 기다림 또한 한몫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빨리빨리 해결해내야 할 것 같았고 또한 그렇지 않으면 많이 뒤처지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이 항상 조급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여행을 하면서 한국보다 느린 인터넷에 적응하게 되고 버스와 지하철 기차 등이 연착되는 일도 잦아지다 보니 고쳐지게 되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었다면 여전히 내 성격은 급했겠지만, 내가 바꿀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결국 내가 느긋해질 수밖에 없었다.

    키아마에서 울런공(Wollongong)으로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다시 시티로 돌아가기로 했다. 기차를 돌아가는 동안 시간이 조금 있어서 여유롭게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하늘이 너무 예뻤다. 핑크빛 하늘로 물든 노을은 힘들었던 일정을 보상받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돌아오는 길이 너무 피곤해서 좀 잘까 했지만 지는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하늘을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피곤해서 돌아가는 길이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더 짧게 느껴졌다.

    기차에서 내린 뒤 맥도날드를 가려고 했는데 기차를 내리자마자 울월스가 있길래 세일하는 게 있나 보러 갔다가 훈제치킨과 피자 콜라를 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도 멀다고 해서 하이드 가든 풀밭에 앉아서 치킨을 뜯었다. 사실 한국에서 훈제치킨은 입에 대지도 않지만 배고파서 그런지 정말 맛있었다. 피자도 뜯었는데 알고 보니 냉동피자여서 숙소에서밖에 먹을 수 없었다. 배가 고파서 몰랐는데 숙소로 돌아갔더니 벌레에게 온 다리가 뜯겨있었다.

    미션임파서블2의 배경이 된 베어섬과 나무 다리.
    미션임파서블2의 배경이 된 베어섬과 나무 다리.

    다음 날 조식을 챙겨 먹고 라페루즈로 향했다. 하이드 파크에서 L94번 버스를 30분 정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라페루즈가 나온다. 라페루즈는 ‘미션임파서블2’ 촬영지로 유명하다. 버스에서 걷다 보면 눈에 띄는 탑이 하나 있는데 이것은 맥콰리 워치타워라고 한다. 이전에 라페루즈에 많은 물건들을 싣고 오고가는 페리가 가득했었는데, 밀수업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세관 건물이었다고 한다. 맥콰리 워치타워 앞에는 베어 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하나 있다. 이 섬에는 벙커 요새를 비롯해 여러 군사시설들이 있다. 그리고 이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작은 나무로 된 다리가 있는데 여기서 ‘미션임파서블2’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라페루즈에서 만난 멋진 절벽과 인생샷.
    라페루즈에서 만난 멋진 절벽과 인생샷.
    라페루즈의 맥콰리 워치타워.
    라페루즈의 맥콰리 워치타워.

    함께 로드트립을 했던 오빠가 혼자 라페루즈에 며칠 전에 왔었는데 그때 라페루즈 비치에서 배우 공유가 CF를 찍고 있었다고 했다. 우리는 공유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자며 그가 왔다 갔다는 비치를 찾아서 사진을 남겼다. 나중에 시티에 도착해서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라페루즈에 간 사이에 공유는 시드니 로열 보타닉가든에서 촬영하고 갔단다. 동선을 엇갈려 공유를 볼 기회를 놓친 우리는 한동안 신세 한탄을 했다.

    메인이미지

    △ 우주현

    △ 1995년 김해 출생

    △ 동원과기대 유아교육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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