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24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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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추석을 앞에 두고 - 권영민 (창원문성대학 건축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0-09-16 21: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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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제부터인가 명절만 다가오면 방송에 등장하는 단골메뉴가 있다. 바로 명절 증후군, 명절 가족갈등, 가족호칭 등에 관한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소개하고 해결방법이나 좋은 본보기를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여러 가지 갈등과 문제점을 유발시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제례는 시대의 문화현상에 따라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굳이 예전의 제례를 고집할 필요도 없고, 옛날의 형식을 그대로 따를 수도 없다. 명절과 제례는 죽은 조상을 추념하여 가족친지들이 모여 가족 간의 유대를 다지고 충효의 이념을 가르치고 배우는 계기가 되며 혈족과 마을의 대동을 위한 모티브가 되는 중요한 의례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근대화를 거치면서 전통적 관습은 급격히 탈각하고 변모되어 그 본래의 의미를 알기는커녕 번거로운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특히 명절증후군은 명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현상인 만큼 온 가족이 다 함께 명절준비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며, 집안 어른이 시대에 맞게 바로잡으면 따르게 될 것이니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 어른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어른의 책임이 크다. 어지러운 마음과 생각, 표정으로 제례를 준비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조상이 기꺼운 마음으로 제향하시겠는가. 가족갈등은 보통 제례의 주관자가 누구냐, 또는 형제들이 십시일반 역할을 제대로 했느냐, 누가 부모부양을 하느냐, 부모의 지원이 형평에 맞느냐 등의 상관관계의 문제일 것이므로 이 역시 부모의 역할과 처신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지금시대에 맞는 제례의 의미와 집례 등 예의범절에 대한 사회 통념적 교육도 중요하다.

    얼마 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주부가 가족호칭 문제에 대하여 ‘남편의 가족들은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 아주버님 등 ‘님’자를 붙이고 여성의 가족들에게는 처제, 처형, 처남이라 하면서 하대하듯이 부르느냐, 차별적 문화다’라고 주장하면서 마치 적개심을 드러내듯이 말하는 것을 듣고 약간은 의아했다. 호칭을 다르게 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재치있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난만 하면 그동안 이 호칭으로 살아왔던 우리 선대나 지금의 어른들은 다 구식이고 전근대적인 사람인가. 호칭만큼 시대 흐름에 따라 많이 변한 것도 없을 것이다. 시대양상에 따라 남녀의 문화의식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처제님, 처형님 등과 같이 부르게 되지 않을까. 더 기가 찼던 것은 ‘왜 잘 모르는 남편의 친척형제 조상들을 위해 내가 음식을 만드는 노동을 해야 하는가’라는 말이다. 도대체 뉘 집 자식일까 싶다. 지극히 편향된 사고방식이다. 가족관계에서 필요한 것은 사랑과 이해의 포용이다. 평등이 아니라 공평해야 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우리 집안 추석명절은 성묘를 겸하여 산소에서 간단히 예를 갖추고 있다. 서로 불편하거나 귀찮을 이유가 없다. 준비할 제물도 과일 한 두 종류, 포, 떡에 술 한 병으로 이정도면 검박하고 충분하다. 밥이나 국은 굳이 명절에는 없어도 무방할 것이다. 기제사도 할아버지 기제를 기준으로 합사를 하고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무엇이 허물이고 무엇을 예법에 어긋난다 하겠는가. 살아있는 자손들이 갈등하지 않고 불편하지 않고 형편에 맞게 도리를 지켜나가면 시간이 지나 그것이 또 하나의 예법이고 관례가 되는 것 아닌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는 주자가례, 율곡의 격몽요결, 김장생의 가례집람 등이 생겨났고, 20세기 초까지도 가례서와 유학자들의 문집을 포함하면 제례 등에 대한 예법에 관하여 기술된 것들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대와 집필자에 따라 조금씩 변화되고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이 만들어 가고 그것에 동조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문화가 되고, 그러면 예법이 되는 것이 아닌가. 예라는 것은 인간을 바로 세우는 수단이니 마땅히 올바른 가치관을 바탕으로 시대상황에 맞게 변하는 것이 옳은 것이며, 시대에 맞는 변화는 꼭 필요하다. 그렇게 이어져가는 것이 전통이고 작게는 가풍이다. 화목과 공손한 도리 없이 가족끼리 반목하면서 지내는 제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권영민 (창원문성대학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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