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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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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좋은 집터, 이렇게 찾아보자

  • 기사입력 : 2020-11-06 08: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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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의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 전원주택 같은 경우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유명고택들이 자리한 터의 유형’을 보면 대개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평지에 다다르기 전의 산줄기, 즉 용맥(龍脈)이 끝나는 부분을 ‘ㄴ’자로 절개하고 석축을 쌓은 후 그 아래 지은 집터: 이런 곳은 산줄기의 땅기운이 남아 있는 곳으로 ‘여기처(餘氣處)’라고도 하는데, 좋은 집터이긴 하나 찬 공기가 항상 깔려 있기 때문에 절개한 곳에서 약간 떨어져 집을 짓는 것이 좋다. 또한 집의 좌우측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스며들 수 있으므로 배수로를 꼼꼼히 만들어야 집안이 습해지지 않는다. 절개되지 않은 산줄기의 마지막 부분은 계곡바람을 막아주는 주산(뒷산)이 된다.

    2. 산줄기가 끝난 바로 아래의 평지에 지은 집터: 양명한 기운이 도는 양택지(陽宅地·집터)의 바람직한 유형으로 좌청룡(좌 측산)과 우백호(우측 산)가 집 앞을 두르면 최고의 길지(吉地)가 된다.

    3. 산줄기는 옆으로 내려갔지만 옆면이 집터를 감싸면서 진행한 형태로 마치 병풍을 친 것 같은 모양새를 한 집터: 꽤 많은 유명고택의 집터가 이런 유형이며 집 뒤에는 땅심을 돋우기 위해 대나무를 식재한 곳이 많다. 풍수에서 가상의 동물인 용(용맥 또는 산줄기)은 옆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레 병풍산이 형성되어 계곡의 찬바람이나 수맥이 없게 된다. 1, 2와 함께 좋은 집터에 해당한다.

    4. 계곡의 연장선상에 있는 집터: 항상 습기가 가득하며 수맥과 암반에 의한 해를 입을 수도 있고 장기간 거주하면 세로토닌호르몬(행복호르몬) 결핍과 동시에 우울증, 치매, 관절염 등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잃게 된다. 가장 나쁜 집터다.

    5. 계곡과 산줄기가 함께 포함된 곳에 있는 집터: 수맥과 암반이 있는 곳과 보통의 땅기운이 있는 무해지지(無害之地·득도 없지만 해도 없는 보통의 땅)인 곳이 혼재돼 있다. 수맥과 암반이 있는 곳은 창고나 정원, 텃밭과 같은 용도로 활용하고, 무해지지인 곳은 생활하는 공간으로 사용하면 된다.

    오늘날과 달리 대부분의 유명고택들은 마을 전체에서 가장 중앙의 뒤쪽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산을 업고 물을 바라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적인 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명당의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 많다. 얼마 전 산줄기의 끝 부위를 ‘ㄴ’자로 절개하고 석축을 높이 쌓은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대종교 제1세 교주 홍암 ‘나철(羅喆·1863~1916)의 생가와 위패를 안치한 사당인 홍암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나철은 29세에 과거시험에서 장원급제한 뒤 승정원(조선시대 국왕의 비서 기관)을 거쳐 33세에 징세서장의 발령을 받았으나 사퇴하고, 구국운동에 뛰어들어 1904년 호남 출신 우국지사들과 유신회(維新會)를 조직하는 등 종교로서보다 항일독립운동에 더 많은 공헌을 했다. 나철기념관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생가는 절개한 산줄기에 쌓은 석축과 함께 지반 강화와 흉풍(凶風)을 막을 요량으로 대나무를 식재했고 알맞은 높이의 ‘一’자형 안산(앞산)을 바라보도록 지었다.

    기념관(홍암사, 홍암관, 대종교독립운동관)의 가장 위쪽에 자리 잡은 홍암사는 지기(地氣·땅기운)가 뛰어난 곳으로 중심 기운이 모인 굵은 산줄기를 ‘ㄴ’자로 절개하고 지었으며 뒤쪽은 생가와 마찬가지로 석축을 높게 조성하고 대나무를 식재했다. 산줄기가 끝난 아래쪽의 평지에 지은 집터로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의 ‘이준회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제160호)’이 있다. 대나무로 만든 작은 대문은 입구는 좁고 마당이 넓은 조롱박 형상으로 좋은 기운을 가두기에 적합한 구조였다. 외부에서 치는 바람을 직접 맞지 않도록 대문 맞은편에는 장독대를 두었으며 집 뒤와 좌우측에는 석축과 대나무를 ‘ㄷ’자 형태로 조성했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가 ‘ㄷ’자형이며 석축과 대나무도 ‘ㄷ’자형으로 함께 이중차단구조가 돼 외부의 살기(殺氣)와 흉풍을 단단히 막고 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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