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855) 동족방뇨(凍足放尿)

-언 발에 오줌 누기

  • 기사입력 : 2020-11-24 08:02:22
  •   

  • 매우 추운 겨울밤에 먼 길을 가다보면 참기 어려울 정도로 춥고 발이 시리다. 옛날 어떤 좀 모자라는 사람이 추운 겨울밤 길을 가다가 오줌을 누었는데, 잘못 오줌을 발등에 흘렸다. 갑자기 발이 뜨뜻해서 시린 것이 훨씬 덜했다. 조금 더 가다가 다시 오줌이 누고 싶어졌는데, 이번에는 발을 춥게 안 하려고 일부러 발등에 오줌을 누었다. 그러자 뜨뜻하여 발이 시리지 않아 좋았다. 조금 더 가다 보니 오줌이 식자 발이 얼어 심한 동상에 걸려 큰 고생을 했다.

    발에 오줌을 누면 우선은 뜨뜻하지만 곧 식고 얼어 동상에 걸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람은 발이 시린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기 발에 오줌을 누지 않는다.

    ‘동족방뇨(凍足放尿)’라는 말은 우리나라 속담을 한문으로 번역한 고사성어로 중국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중국에서 쓰이는 고사성어 가운데서 ‘동족방뇨’와 뜻이 비슷한 것으로는 ‘음짐지갈(飮止渴)’이 있다. ‘목마른 것을 중지시키기 위해서 짐새의 독을 마신다’는 뜻이다. 짐새라는 새의 깃에는 사람을 죽이는 독이 있는데 그 깃털을 담가 술을 만들면 짐주(酒, 酒)라는 독주가 되어 사람을 사형시킬 때 쓴다. 우선의 고통이나 유혹을 이기지 못 하여 자기 죽을 짓을 한다는 뜻이니 동족방뇨보다 뜻이 더 강하다.

    지금 정부에서 하는 정책은 국가민족의 백년대계를 위한 장기적이고 정상적인 대책은 드물고 국민들의 인기를 끌어 선거에 이길 근시안적인 즉흥적 정책을 내놓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금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대란이 일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호텔 상가 등을 개조해 임대주택으로 만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에서 음식을 해 먹을 수 있으며 장기간 거주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아파트 한 칸이나 주택 한 채에 여러 명이 살 경우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면 집값 폭등이나 전세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 외국 관광객이 몰려오고 국제회의나 스포츠경기 등이 다시 열리면 또 호텔이나 회의장이 모자라 야단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4년 전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냐 김해공항 확장하느냐로 지역 간에 갈등이 있다가 김해공항 확장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이전 정부에서 확정했다. 그런데 결정된 국가의 정책을 어느 날 갑자기 뒤엎고 가덕도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지금 정부 여당에서 주장하고 있다. 국가의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자기 당 후보의 선거에서의 당선만을 도모하는데 앞으로 두고두고 국가 경제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

    지금 각 지역마다 국회의원들의 공약에 의해서 지어진 집이나 도로 등이 국가 예산만 축내고 아무 쓸모없는 것이 많다. 전국에 놀고 있는 공항도 수두룩하다.

    오늘날은 농업경제시대와 달라 모든 나라의 경제가 국제경제의 체제에 편성되어 순간적인 오판이 국가 운명을 영원히 그르치는 수도 있으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되겠다.

    * 凍 : 얼 동. * 足 : 발 족.

    * 放 : 놓을 방. * 尿 : 오줌 뇨.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