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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윤소영(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 기사입력 : 2020-11-24 20: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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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소영 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2020년이 이제 30일 조금 넘게 남았다. 2020년은 여느 해와 같은 해가 아니었다. 인터넷 속 연결망에서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협박하고 유린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여성의 신체 불법촬영을 위한 카메라를 직장, 학교에 설치한 사건,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여성의 성을 희롱하고 폭력을 가한 사건, 자신의 기분이 나쁘거나 자신을 거절한다며 여성을 무차별 폭행 또는 살해한 사건 등등.

    일상의 불안, 공포, 분노는 여느 해와 같으면서도 오히려 더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우리’는 분노를 ‘연대’로 바꿔가는 한해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며 사는 일상이 불안하고 경제적 위협과 생명의 위험을 긴장하며 살듯, 이 땅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매일의 일상과 순간 속에서 성차별로 인한 폭력과 위협을 피하거나 생존하기 위한 일상의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았다’라며 견디고 투쟁하며 살고 있다.

    매년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까지 16일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으로 지정하고 전 세계 여성들은 매일, 매순간, 일상 속에 넘쳐나는 여성폭력과 차별을 추방하자고 더 힘주어 세상에 외치고 있다. 11월 25일은 도미니카 공화국의 세 자매가 국가폭력에 피살된 날을 계기로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고,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리고 2020년에도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다시 그날을 맞고 있다.

    ‘여성폭력추방’이라는 것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희망차고 찬란하지만 오지 않을 허황된 미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암울하고 분노하는 현재를 말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대로는 살 수 없고, 바꿔야만 하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위에 나열한 사건을 보도하는 선정적인 언론, 편파적이며 성차별적인 수사과정, 잘못된 성고정 관념과 성차별을 그대로 이어가는 사회 구조와 재판과정, 판결 등을 아직도 목격하는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2020년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을 더 깊이 공감하며 더 뜨겁게 외칠 것이다.

    기억하라! 당장 멈춰라! 즉시 바꿔라! 그리고 우리 여성은 기억할 것이다. ‘여성이 반드시 세상을 바꾼다!’

    윤소영(경남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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