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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잠시 멈춤, 돌아보기, 그리고 새로운 도약 준비 - 강기노 (마산대 입학처장)

  • 기사입력 : 2020-12-13 20: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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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초 발생한 코로나19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사람들의 생활 전반과 거의 모든 이슈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준 블랙홀로 작용하였다. 국내에서도 올 1월 설 연휴를 앞두고 1호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3월 신천지 사태로 대구·경북지역 중심의 1차 확산세가 있었고, 긴장의 끈이 잠시 느슨해진 지난 8월 2차 대유행을 거쳐 겨울의 초입에 접어든 현재 1, 2차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 17개 모든 시·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다 감염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일상 속 무증상 감염전파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방역 당국과 국민들의 긴장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백신 개발 소식이 속속 전해오고 이제는 코로나가 끝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긴장의 고삐가 풀린 사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증가하는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3차 팬데믹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예년 같았으면 직장동료, 가족, 지인들과 연말 회식 약속을 잡기 바쁘고 쇼핑몰, 식당, 유흥가, 극장 등이 손님들로 북적였을 12월이다. 그러나 올해는 조금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매일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지금보다 더 강화된 3단계의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세계를 놀라게 했던 K-방역의 창의성과 국민들의 성숙한 자세를 다시 한번 발휘해 ‘동트기 전 가장 어두운 시기’가 될 올 겨울을 슬기롭게 극복해내기를 바란다.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 쓰기,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여행, 출장 등 이동을 최소화하여 바이러스의 전파 가능성을 낮추는데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필리버스터를 이어가던 국회에서도 참여했던 의원 중 한 명이 확진자와 접촉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말 동안 강제로 ‘잠시 멈춤’이 있었다. 연말 모임을 자제하고 다시 한번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 활동을 늘리고 접촉면을 줄여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상대편에 대한 적개심과 반목을 잠시 내려놓고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합심하기를 기대한다.

    잠깐 멈춤과 함께 각자가 한 해를 되돌아보고 잘못한 일을 반성해보자. 남 탓, 환경 탓 등 외부로 향한 원망의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의 내면과 주변을 돌아보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어려워진 시기에 소외되고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이웃이 없는지 살피고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보자.

    정부와 정치권도 소상공인 등 피해가 극심해질 계층들을 어떻게 더 세밀하고 효과적으로 지원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고가 재산 취득 논란이 있었지만 혜민 스님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 제목처럼 잠시 멈추면서 바쁘게 살아왔던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것이 없나 살펴보는 더 의미있는 연말 시간으로 채웠으면 좋겠다.

    이와 함께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개인과 가족, 직장, 국가 등이 어떤 방향을 잡고 우선순위를 설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과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기술, 사회환경, 일상생활의 변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했고 앞으로 이러한 변화의 크기와 속도는 더욱 강력하고 빨라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고 앞서 대비하지 않으면 점점 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에 살아가게 될 것이다.

    최고 수준의 등반가들도 히말라야 산맥의 정상 등반을 앞두고 캠프를 차려 잠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날씨를 살피며 최종 목적지인 정상 공략을 위한 전략을 짜듯이 각 개인은 물론 기업, 국가가 연말을 맞아 잠시 멈추면서 가장 힘들고 어두운 마지막 터널을 지나 맞이하게 될 진정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앞서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강기노 (마산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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