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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원격교육에서의 학습격차- 김성열(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 기사입력 : 2020-12-20 2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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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원격 교육이 두 학기 계속되고 있다. 지난 1학기에는 등교 수업이 거의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초·중등학교나 교사들은 등교 수업을 대신할 원격 교육을 학교 현장에 빠르게 안착시키고 교육의 공백을 메꾸는 데 주로 관심을 뒀다. 그러나 2학기가 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원격 교육 상황에서 학생들 사이에 학습 격차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학습 격차는 학습 기회의 차이와 학습과정에서의 다양한 요인의 차이로 인하여 생기는 학업 성취의 격차를 말한다.

    물론 코로나 상황이 초래되기 전에도 학생 간 학습 격차는 존재해 왔다. 그런데 교사들은 코로나 상황에서는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2020년 9월)이 원격 수업으로 인하여 초래된 학습 격차에 대한 초·중등학교 선생님들의 인식을 조사했는데, 이 조사는 ‘학생 간 학습 격차가 매우 커졌다’가 32.67%, ‘커졌다’가 46.33%로 응답한 교사들의 약 79%가 원격 수업으로 인해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초·중등학교 학생들 사이에 학습 격차가 커졌다는 교사들의 이러한 인식은 실제 시험 성적 자료에 의해서도 부분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직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 이전과 이후의 수능 성적의 변화를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절대 평가로 치러지는 영어의 경우, 2021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 결과를 지난해 2020학년도 수능 결과와 비교하면 원격 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절대 평가인 영어는 원 점수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 이상이면 2등급 등 점수에 따라 절대 평가로 등급이 매겨지기 때문에 등급별 비율의 차이는 학습 격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는 90점 이상 1등급 학생 비율은 9월 모의 평가 5.75%로 지난해 수능(7.4%)보다 약간 줄었다. 중상위권인 2등급 학생 비율은 16.2%에서 11.96%로, 중위권인 3등급 학생 비율은 21.9%에서 17.67%로 다소 크게 감소했다. 중하위권인 4등급 학생 비율은 18.5%에서 20.81%로 약간 증가했지만, 하위권인 5등급 이하 학생 비율은 36.40%에서 43.81%로 크게 늘었다. 교사들은 이렇게 중위권 학생이 줄어들고 중하위권 현상이 늘어나는 현상에 대해 “중위권이 사라지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조사에 의하면, 교사들은 학생의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차이를 학습 격차를 심화시키는 첫 번째 요인으로 들고 있다. 교사들이 교실 수업에서는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스스로 학습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지도해 학습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원격 수업에서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차이를 학생들 사이에서 학습 격차를 초래하는 첫 번째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원격 교육 상황에서는 가정의 학습 여건과 자녀에 대한 지원 정도가 등교 수업 때보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더 영향을 미치고, 이들이 자율적 학습 역량이 미흡한 학생들에게는 학습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원격 교육에서의 학습 격차의 해소를 학생 개인이나 가정의 몫으로만 돌리고 학습 격차 해소에 학교와 교사가 손을 놓을 수는 없다.

    공교육 제도로서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는 가정 배경이나 학생 개인의 특성에 따른 학생 간 학습 격차를 가능한 한 줄이는 데 있다. 따라서 초·중등학교와 교사는 여러가지 이유로 원격 교육 기기에 접근성이 낮은 학생들, 자기주도적인 학습 능력이 낮은 아이들, 원격 학습에 대한 가정에서의 지원이 어려운 저소득층 가정이나 한부모·조손 가정,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의 학습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성열(경남대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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