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경남시론] 이혼에 대한 단상- 이수경(법무법인 더도움 변호사)

  • 기사입력 : 2021-01-03 19:42:11
  •   

  • 실무에서 이혼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지속적이거나 중한 가정폭력 혹은 외도처럼 뚜렷한 이혼 사유가 있는 경우보단 사소한 사유로 이혼을 결심한 부부들이 의외로 많다. 실제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에 의하면 이혼사유 1위는 성격 차이고 2위가 경제적인 문제이다.

    헤어지면 쉽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상대방을 안보면 문제가 해결되니까.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혼을 생각하기도 하고 실제로 혼인관계 해소라는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송을 한다. 하지만 가사소송은 일반 민사나 형사 소송들과는 성격을 완전히 달리한다. 누군가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내가 공격하고 있는 상대방이 내 아이의 엄마이거나 아빠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돌아서면 남이지만, 아이라는 교집합 때문에 가족관계는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아이가 있는 이혼 의뢰인들, 특히 아이가 어릴 경우에는 이혼 상담을 받으면서도 이혼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한 유명한 작가의 블로그 글에서 이혼 위기의 부부에게 드린 당부의 말이 있었는데, 굉장히 공감가기에 일부 내용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가족이기에, 아이의 부모이기에 이혼을 망설이고 있다면 새겨볼 만하다.

    부부싸움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싸움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그래도 너랑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서투르게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싸울 때 힘껏 싸우더라도 최소한의 원칙과 기술은 필요하다. 결정적인 말은 서로 내뱉지 말아야 한다.

    지적으로 경제적으로 아내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남편을 두고 아내가 옆집 남편과 비교까지 한다면, 이건 99도의 물이 끓을 수 있는 마지막 1도에 해당된다. 그러니 서로 각자 마지막 1도는 무엇인지 알고 이를 언급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부부싸움 중에 주고받은 인신 공격적인 언사를 표현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서로 상대방을 이기고 보겠다는 심보로 혹은 궁지에 몰리니 공격할 방법을 찾은 것이 고작 그런 말들이기에, 미련한 상대방이 찾은 방법이 이거구나하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객관화하다 보면 그런 궁지로 몰아넣은 내 모습도 보인다.

    상대방의 장점과 단점은 결국 그 뿌리가 같다. 아내와 싸웠다고 집을 나가버리는 독단적이고 무모한 남편의 모습은 그 여성이 재혼이어도 혹은 연상이어도 개의치 않고 결혼을 강행한 용기와 같은 뿌리인 것이다. 아마 결혼 당시에는 그런 모습이 시댁에는 불통과 폭력이 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라 내 필요에 따라 장점이 되었다가 단점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객관화해서 볼 수 있다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내가 아직 상대방을 원하는지이다. 아이 때문이건, 남은 사랑 때문이건 내가 아직 그 사람을 원한다면, 그 원한다는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가장 밑바닥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새롭게 시작한다면 과거 상대방의 잘못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내가 상대 잘못을 용서해주었기에 윗자리를 차지한다면 그건 불평등에서 시작하는 것이기에, 갈등은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화해라는 것은 필요한 사람이 먼저 청하는 것이지 더 잘못한 사람이 청하는 것이 아니다. 잘라 내버리기도, 이렇게 살기도 괴로운 사람이, 개선의 의지가 더 있는 사람이 먼저 시도하는 것이다.

    더러운 집을 좀 더 못 견디는 배우자가 먼저 쓰레기를 치우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겠지만, 특히 부부는 서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덜 잃는 것이 목적이어야 한다.

    애초에 싸워서 얻고자 했던 것이 가사나 육아분담이었지 이혼은 아니지 않은가? 그 흔한 성격차이로 싸움을 반복하고 상처를 주고받다가 이혼을 생각하는 부부라면, 한번쯤은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이수경(법무법인 더도움 변호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