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가고파] 마음가짐-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1-02-21 20:10:53
  •   
  • 아이를 키우며 정신없이 일할 때는 몰랐다. 마음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마음을 잃는 일이 얼마나 쉬운 것인지. 몸에 무리가 오고 일을 잠시 내려두고 나서야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은 시끄러웠지만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멈춘 일상 속에서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보살펴야 했다.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주위 상황은 더 나빠졌다. 새로운 것이 있다면 오직 마음뿐이다.

    ▼정조가 사랑했던 신하이자 조선 최고의 철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은 정조 사후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다. 조선 개혁 프로젝트의 선봉장이었던 최고의 위치에서 갑작스런 유배생활은 누구나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산은 유배생활 동안 주자의 제자인 송나라 학자 진덕수가 편찬한 ‘심경(心經)’이라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한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는 바로 마음이었다.

    ▼다산은 고난의 시기에도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지방관료의 역할을 적은 ‘목민심서’, 법률책인 ‘흠흠신서’, 국가개혁 지침서인 ‘경세유표’ 등 500여권에 달하는 저서를 집필했다. 특히 이 모든 저술을 집대성한 ‘여유당전서’는 학문 전 분야의 성과는 물론 다산의 사상과 조선 후기 사상까지 담아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8년간의 유배생활은 다산을 실학자를 넘어서 위대한 사상가로 만들어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고통을 겪고 있다. 얼어붙은 경제와 답답한 일상에 신음하고, 아이들은 학창시절 추억이 사라졌다. 도착지가 언제일지 알 수 없지만 그 길을 앞당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치지 않는 것이다. 당장의 두려움과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가다보면 어느덧 도착해 있지 않을까. 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노력한다면 고난의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의 시작은 결국 마음에서부터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희정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