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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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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개(犬)좋은 세상- 김태문(김해시 시민복지국장)

  • 기사입력 : 2021-04-06 20: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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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약 30% 정도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대략 서너 집 건너 한집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보면 된다.

    2년 전 어떤 지자체는 명절 때 주민의 장기 외출 편의를 돕는다며 반려동물 일시 보호 서비스를 했다고 한다. 이러다가 개 돌봄 담당 공무원까지 생기지 않을까 마음이 상한다.

    반려견들이 급속히 늘다 보니 이웃 간 갈등이나 사고도 많아졌다. 개 짖는 소리가 수면을 방해한다고 하니, 아이가 우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이웃과 다툰다. 강아지가 귀엽다며 만졌더니 허락 없이 만졌다며 주먹다짐도 한다. 화단이나 인도 주변은 개들의 공중 화장실이 된 듯하다. 어쩌다 밟기라도 하면 온종일 불쾌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그 정도면 참을 만하다. 과거엔 개가 사람을 지켰는데 지금은 사람이 개를 지킨다. 사람이 개를 잘 못 지키니 죄 없는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부지기수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서 하루 평균 6~7명이 개 물림 사고로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그중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장애를 입는 경우도 많고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도 있다. 공격적인 맹견은 덩치 큰 어른이라고 살살 물지 않는다. 목줄을 꽉 쥔 견주도 끌려다니거나 순간 놓치기 십상이다. 어지간히 큰 개가 달려들면 천하장사라도 감당하기 어렵다.

    개 물림 사고는 농촌보다 도심지역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다. 늑대가 조상인지라 꽉 막힌 콘크리트 도심에서 스트레스가 더 많은 탓인지 오랜 기간 길들여졌다 해도 공격적인 야생본능은 감출 수 없는 듯하다.

    반려견이 견주에게 주는 이점이 많다 하더라도 우리 이웃이 내 가족이 주변 개로 인해 신체적 손상과 장애를 입는 것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견주의 사생활이 중요하다며 개파라치 제도는 시행도 못 해본 채 폐지됐다. 이웃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반려견이 더 중시되는 세태가 “독사에게 잡혀온 땅꾼만이 긴 한숨을 쉬는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이라는 김광석의 노랫말처럼 사람들이 개(犬)좋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듯해 아리송하다.

    김태문(김해시 시민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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