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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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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소멸의 땅- 김현수(KBS창원 보도국장)

  • 기사입력 : 2021-04-12 2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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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무직의 남방한계선은 판교 라인이고, 현장직은 기흥 라인이다.” 최근 방송된 TV 다큐멘터리에서 수도권 대기업 채용 담당자가 한 말이다. 사무직은 경기도 성남까지가, 현장직은 성남 바로 아래 용인까지가 인재들이 내려가는 마지노선이라는 뜻이다. 대나무의 북방한계선이 차령산맥 이남이고, 유자는 거제와 완도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인재 남방한계선’이라는 말까지 듣게 될 줄이야. 몇 해 전 창원에 본사를 둔 한 대기업이 사무직 직원들을 대거 서울로 옮긴 것도 이와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떠나니 청년도 따라가고, 지방에는 누가 남겠는가.

    지난주 재선거를 치른 의령군 인구는 이제 겨우 2만60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유권자가 2만4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90%를 넘어선다. 18살 미만의 청소년과 어린이가 고작 2000여 명밖에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젊은 사람이 없다 보니 자연적으로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10여 년 전, 베트남에서 의령으로 시집온 이주민 여성이 교통사고로 숨진 적이 있다. 의령에 산부인과 병원이 없다 보니 진주까지 태아 검진을 받고 오던 길이었다. 그 일로 ‘이동하는 산부인과’ 병원 차량도 생겼다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었겠나 싶다. ‘이주민 여성’과 ‘산부인과 부재’가 사실상 의령판 인구 소멸의 예고편이었다. 고비사막처럼 소멸의 땅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신입생 모집을 마감한 지방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8곳이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한때는 지역 맹주였던 경상대와 전남대, 부산대, 경북대마저 해마다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다시 ‘다큐멘터리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로 돌아가 보자. 이 다큐는 지방 소멸의 원인과 지금까지의 정부 대책을 비판하면서 헌법 제123조 2항으로 끝을 맺는다. “국가는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위하여 지역 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 점차 사라지고 있는 지방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큐를 보는 내내 고등학교 입학식 때 교감 선생님의 우레와 같은 연설이 생각났다. “대학은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합니다.” 30여 년이 지나 지금 생각해보니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김현수(KBS창원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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