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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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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창원 합성1동 주민센터 마을카페

“지역상권 무너뜨리는 행위” VS “수익창출 아닌 주민소통 목적”
도 지원 받아 지난 3일부터 영업
인근 상인 논의 없이 추진 논란

  • 기사입력 : 2022-01-06 21: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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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자치회가 행정복지센터 내에 마을카페 운영을 시작하자 인근 소상공인들이 지역상권을 무너뜨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창원시는 앞으로 인근 동종 상권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설득에 나섰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행정복지센터(주민자치센터) 2층에 마을카페가 문을 열었다.

    마을카페 ‘합성이야기’는 2020년 경남도 공모사업인 ‘소규모 열린 소통공간 조성사업’을 통해 1억1500만원을 지원받아 리모델링을 마치고 지난 3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해당 카페는 합성1동 주민자치회가 위탁 운영하며, 지역 주민인 자원봉사자 6명이 하루 2명씩 번갈아 가며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자치회 활동이 수익 창출·주민 편익 제공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지만, 관할 구역 내 여러 곳의 카페가 운영되고 있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마을카페가 추진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행정복지센터 2층 로비에 위치한 마을카페 ‘합성이야기’.
    창원시 마산회원구 합성1동 행정복지센터 2층 로비에 위치한 마을카페 ‘합성이야기’.

    ◇1500원 vs 3000원 “가격 경쟁 못 이겨”= 6일 오전 합성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120m 떨어진 곳에 있는 한 카페. 점주 강모(68)씨는 최근 주민자치회의 마을카페 운영 소식을 듣고 임시 휴업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로 70%가량 손님이 줄었는데, 남아 있는 단골손님들도 마을카페로 가겠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3000원. 마을카페에서 제공하는 아메리카노 가격(1500원)의 두 배다. 강씨는 메뉴판을 바라보면서 “차라리 프랜차이즈 업체가 근처에 입점해서 저렴하게 팔면 경쟁하겠지만 공공기관 격인 주민자치회에서 카페를 열고 가격 경쟁을 하니 황당함을 넘어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이어 “동네가 오래되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은데, 대부분 맛보다도 접근성과 가격을 더 따진다”며 “주민자치회가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충분히 인근 상권과 논의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민자치회는 마을카페를 추진하기에 앞서 인근 상인·주민들을 상대로 어떠한 논의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창원시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에 반하는 내용이다. 해당 조례 제22조에는 ‘시설 등을 정함에 있어서 사전에 해당 관할 구역 또는 인근 지역의 유사 시설 등의 운영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여 중복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소식을 들은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창원시에 적극적인 해결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서교민 마산회원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행정을 대상으로 한 반발은 처음 있을 정도로 황당하다”며 “논의조차 하지 않고 진행된 마을카페는 상권 질서를 교란하고 파괴하는 행위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자치회 “수익보다 주민 소통공간 목적…상생 약속”= 합성1동과 주민자치회는 마을카페가 수익 창출이 아닌 주민 소통공간 마련에 목적이 있다며 운영 방향성을 강조했다. 이어 상인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앞으로 인근 상권과 상생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대 합성1동 주민자치회장은 “공모사업 자체가 열린 소통공간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관내 14개 단체가 있는데, 모임을 할 만한 공간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에 좋은 뜻으로 카페를 만들게 됐다”며 “추진 과정에서 상인들과 논의는 안 됐지만, 그동안 영업일·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고 1층이 아닌 2층에 자리 잡는 등 자체적으로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생한 수익은 다시 지역 어려운 이웃들에게 활용될 것인데, 오히려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상생을 통해 동네 상권 활성화를 이끌어 내고 노인·장애인·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상생 방안에 대해 이영순 합성1동 동장은 “현재 음료 외 쿠키 등 디저트를 팔게 되면 인근 카페에서 물품을 받는 방식으로 협업도 검토하고 있다”며 “100% 완벽하게 시작할 수는 없기 때문에 두어 달간 운영을 한 후 통계를 보고 상생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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