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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즐거운 나의 집

  • 기사입력 : 2022-01-18 2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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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에 일어났다고 믿기 어려운 사고. 정초부터 광주에서 일어난 붕괴 사고에 모두가 놀랐다. 어떤 건축물보다도 누구나 ‘내 집이 만약 저렇게 지어졌다면’이라고 쉽게 떠올려 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가 붕괴 위험으로 실종자 수색작업도 진행하고 있지 못한 데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어졌다. 결국 현대산업개발은 17일 정몽규 회장이 회장직을 사퇴했고 1군 건설사의 입지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내년 착공을 앞두고 있던 창원 신월2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원들이 받은 충격은 기자한테 보내온 메시지들에서 고스란히 전해졌다. ‘생활 불편을 느끼는 하자가 아니라 건물이 붕괴돼 인명피해와 직결되는 하자가 7개월 새 두 차례나 발생했다’, ‘현산의 시공·감리 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기에 새로 건축될 아파트를 부실시공할까 우려가 크다’, ‘이대로 HDC현대산업개발로 시공사가 확정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아파트도 하나의 자산인데 부실시공 우려가 있는 아파트로 이미 낙인찍혀 집의 재산가치 하락도 불보듯 뻔하다’.

    사고 이후 신월 2구역 포함 전국 곳곳의 현대산업개발 시공 재건축·재개발 조합이 불안에 떨고 있다. 시공사 최종 선정 여부는 조합 사업 기간과 분담금 증감이 달린 극도로 예민한 문제로 각 조합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나 조합마다 조합원들간 불안감을 이해하고 시공사에 책임을 묻고 향후 계획을 함께 설정하는 일은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집의 경제적 가치가 중시되고 있다하나 ‘집’에서 떠올려지는 따뜻한 분위기를 다 가릴 수 없다. 가격이 어찌 매겨지든 가곡에서처럼 집은 누군가가 피곤한 몸을 누이는 안식처이니까. 이 편안하고 즐거운 집은 안전한 집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 사고에 대해 놀람, 안타까움 등의 감정으로만 끝낼 수 없다. 언제 또 일어날 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안전한 집을 짓도록, 그 과정에서 무고한 노동자들의 희생이 없도록 전 과정을 감시하는 것은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

    이슬기(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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