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9일 (금)
전체메뉴

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38) 밀양 영남루

밀양의 내밀한 강물 내려다보니…

  • 기사입력 : 2022-03-08 20:46:27
  •   

  • 비밀과 함께 사는 법-密陽


    길도 길 나름의 철학이 있다

    인정머리 없는 길도 있고

    둥글둥글 유연하게 이어지다가

    가끔은 목적지를 잃어버려도 좋고

    한눈 좀 팔다가 가도 괜찮은 길

    밀양 가는 길이 그렇다


    내 시는 알레그로보다 안단테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꽃의 영역은 신의 옆구리쯤 된다지만

    뻐꾸기가 자라서 뱁새에게 한 톨의 효도도 하지 않는 것처럼

    대문이나 현관의 자물쇠 따위로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다

    밀양의 內密한 강물 속이 그렇다


    웅크린 내 삶의 뒤에 아직 여백이 많아도

    실패한 사랑의 진술서는 무채색이다

    역전 미꾸라지국밥은 대추냄새가 났고

    밀양의 공기는 늘 키가 작았으며

    웅웅거리며 울고 가는 송전탑을 따라

    가지도 오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하면

    밀양에 대한 모독 내지 불명예다


    行萬里路 讀萬券書 交萬人友해야

    산을 떠나고 바다를 벗어나야

    마음을 눈을 뜬다던 그 햇살을

    벌건 대낮 밀양역전에서 만났다


    ☞ 보물 제147호 영남루. 원래 신라 법흥왕 때 세워진 영남사(嶺南寺)의 작은 누각 자리에 1365년(공민왕 14) 김주(金湊)가 창건한 것이다. 그 후 여러 차례 소실과 재건이 거듭되었는데 밀양도호부의 객사 소속으로 된 것은 1611년(광해군 3) 객사를 영남루 북쪽에 새로 지으면서부터이다. 지금의 건물은 1844년(헌종 10)에 부사 이인재(李寅在)에 의해 마지막으로 재건된 것이다. 팔짝 지붕 아래로 정면 5칸 측면 4칸인 영남루 2층 누각에서는 밀양강과 시가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구한말 추사체의 대가 성파 하동주가 쓴 현판을 비롯해 누각 천장을 따라 퇴계 이황, 목은 이색, 삼우당 문익점 등이 남긴 현판이 걸려 있다.

    영남루의 동쪽에는 능파각(凌波閣), 서쪽에는 침류각(枕流閣)이라는 2채의 부속건물이 있는데 그 중 낮게 위치한 침류각은 3단계로 낮아지는 계단건물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외관에 변화와 조화를 추구한 점이 주목된다. 또한 ‘영남제일루’(嶺南第一樓)라고 편액된 누각답게 밀양강을 끼고 절벽 위에서 굽어보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평양의 부벽루와 함께 조선시대 3대 누각으로 불린다.

    필자의 고향이 밀양에서 가까워 어릴 때부터 자주 다녔던 곳이라 지금도 왕래가 잦은 편이다. 얼음골 사과도 유명하고, 산내면 일대의 대추 산지와 무안의 논 고둥 요리, 표충사를 둘러보는 일정의 여행도 좋다. 조금 더 넓히면 청도 운문사도 둘러볼 만하고, 밀양 역전의 돼지국밥도 빠뜨리면 섭섭하다.

    시·글= 이월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