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만나봅시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 기획자 다니엘 카펠리앙·조혜영

“섬·바람 주제로 통영을 거대한 전시장으로 만들 것”
전통·현대-자연·문명 공존하는 매력에 초점
폐조선소 연구동 전체를 주전시장으로 활용

  • 기사입력 : 2022-03-10 01:35:48
  •   
  • 통영은 ‘예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곳이다. 유치진, 유치환, 윤이상, 박경리, 김춘수, 김상옥, 전혁림, 이한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도시다.

    예향 통영의 뿌리는 임진왜란 이후 경상·전라·충청 3도 수군의 본영이던 삼도수군통제영의 역사에서 시작된다. 당시 통제영에서는 각종 군수 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12공방을 설립했고 이곳에는 팔도의 장인들이 모여들어 다양한 공예 예술이 꽃을 피웠다.

    통영시는 예향의 저력과 풍부한 전통문화유산을 현대 예술과 접목해 새로운 문화예술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오는 18일부터 5월 8일까지 개최되는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가 그것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두 기획자 다니엘 카펠리앙(62·프랑스)과 조혜영(53) 큐레이터를 만나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내용과 의미를 짚어본다.

    다니엘 카펠리앙(왼쪽)과 조혜영 큐레이터가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다니엘 카펠리앙(왼쪽)과 조혜영 큐레이터가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에 대해 설명한다면.

    조혜영= 2022 제1회 통영국제트리엔날레의 주제는 ‘통영; 섬·바람[THE SEA, THE SEEDS]’이다. 행사 기간에는 주제전, 기획전 외에도 전혁림 특별전, 옻칠 특별전, 섬 연계전, 지역연계전 등 다양한 전시, 공연 행사가 통영시 곳곳에서 펼쳐진다. 통영시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관이 될 예정이다.

    통영은 전통과 현대,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도시다. 육지와 섬이 만나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조선소와 근대역사문화거리 등 근대 산업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고 통영 12공방과 옻칠, 별신굿, 오광대 등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문화가 공존한다. 통영국제트리엔날레를 계기로 예술가의 도시 통영이 다시 부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주제전에 대해 소개한다면.

    카펠리앙= 이 전시에는 11개국 3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주제전에서는 프랑스 작가인 쥬스틴 에마르(JUSTINE EMARD)의 작품과 ‘푸른 눈의 수행자’로 유명한 현각스님의 작품, 세계적인 뉴미디어 아티스트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의 작품 등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주제전 전시장을 폐조선소 연구동 건물로 선택했는데.

    카펠리앙= 폐조선소인 옛 신아sb 조선소 연구동 1층에서 6층까지 전체 공간을 거대한 하나의 전시장으로 생각하고 ‘우주선(The Spaceship)’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람객이 이곳에 들어서면 자연이나 혹은 과거-현재-미래의 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전시를 기획했다.

    -주제전의 기획의도가 있다면?

    카펠리앙= 오늘날 우리의 삶은 수많은 정보와 일 등 상황들의 일시적인 폭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환경은 어떤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명들이 빠르게 멸종하는 환경 위기 속에 살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사회 안과 밖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안감과 억울함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코로나로부터 야기된 팬데믹 상황으로 시간, 인간과의 관계성, 거리두기 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됐고 그 어느 때보다 더 고립되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잠시나마 삶의 본질적인 의식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기억을 상기시키고 자신과 재결합하는 경험을 마련하고자 했다. 우리는 현재에서 우리의 존재가 뿌리내릴 시간, 자신과의 끊어진 연결고리와의 회복할 시간 등을 통해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다니엘 카펠리앙
    다니엘 카펠리앙

    -기획전 ‘수작수작(手作秀作)’에 대해 설명한다면.

    조혜영= 통영 12공방의 장인들과 현대 공예작가들까지 총 17명의 작가들의 공예 작품으로 구성된 공예 특별전이다. 통영 나전, 통영 대발, 통영 갓, 통영 장과 소반, 통영 누비 등 통영 12공방의 프로덕션 과정, 즉 재료, 도구, 제작 과정에 초점을 두고 12공방의 전체적인 발전 과정을 다루려 노력했다.

    본 전시에 앞서 사전 전시 성격으로 지난 2월 11일부터 28일까지 18일간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KCDF 공예특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트리엔날레 기간에는 통영시립박물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통영 공예에 대해 설명한다면.

    조혜영= 삼도수군통제영은 1600년 무렵 남쪽 바다를 지키는 중심기지로 창건됐다. 이때는 경제적으로 번영했던 시기라고 기록돼 있다. 통영에는 많은 군용 건물들이 세워져 있었고 운반의 기반인 바다를 접하고 있었다.

    언제 12공방이 시작됐는지 기록은 없으나 통제영의 군사·지리·경제적 기반이 공방의 발전을 가능하게 한 씨앗이 된 듯 보인다.

    당시 12공방을 살펴보면 이미 조선시대부터 통영에서는 물건의 제작과 유통에 프로덕션의 개념으로 접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 시작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군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하면서다.

    가죽 말총 금속 나무 등 원재료를 다루고 물건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을 뿐 아니라 업무의 분업이 이뤄지며 왕실과 고위 신하들을 위한 공예의 생산지가 됐다.

    조혜영 큐레이터
    조혜영 큐레이터

    -공예전 ‘수작수작’의 전시는 어떻게 구성됐나.

    조혜영= 이번 전시의 구성은 통영의 12공방 프로덕션 과정, 즉 재료, 도구, 제작 과정에 초점을 두고 조선시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12공방 전체적인 발전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구성으로 전시를 연출했다.

    통영의 전통 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미디어 작품을 시작으로 다음 공간에는 통영의 12공방에서 사용하는 공예 도구들을 통해 제품들이 어떻게 제작되고 완성되는지가 인포그래픽과 함께 보여진다. 전시장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공예가 우리의 삶 속에 녹아들어 일상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관람객이 알아갈 수 있도록 조성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전시들이 있는데.

    카펠리앙=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통해 그의 미술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혁림 특별전도 기대되는 전시다. 전혁림 화백은 통영 앞바다의 풍경을 변형해 자연 형태를 무시하지 않고 변화시켰다. 그의 강렬한 색채에는 향토적이고 통영적인 정취가 흘러나오고 있다. 색채 마술사라 불리는 전혁림을 재조명하고 그가 사랑한 통영을 되새기는 전시가 될 것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피카소 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 다니엘 카펠리앙·조혜영 기획자는

    △다니엘 카펠리앙= 국제 커미셔너인 다니엘 카펠리앙은 영국 아트페어 ‘콜렉트 오픈’, 뉴욕패션위크, 필라델피아 미술관 전시 등에서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한국·프랑스·영국 등 국내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와 유네스코가 공동 주관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융복합 실감콘텐츠 전시 ‘한국: 입체적 상상’에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조혜영=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로에베 공예상과 유엔난민기구 온오프라인 사진 전시,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특별전시 등을 기획했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2016 공예트렌드페어, 2017 밀라노 디자인 위크 법고창신 전시 등에서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글·사진= 김성호 기자 ksh@knnews.co.kr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성호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