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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민주주의 위기와 反지성주의 극복, 그리고 지방선거-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간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2-05-15 20: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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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연설에서 ‘반지성주의 극복’이라는 다소 낯선 단어를 시대의 화두로 던졌다. 반지성주의란 미국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그의 저서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처음 주창한 것으로, 1950년대 미국 사회에서 횡횡한 무분별한 반공주의, 즉 ‘매카시즘’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반지성주의는 지식인이나 지성주의를 적대하는 태도로, 교육, 철학, 문학, 예술, 과학 등이 쓸데없고 경멸스럽다는 조롱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취임 연설에서는 자신의 속한 집단의 신념에 맞춰 보고 싶은 사실만 수집해 진실을 왜곡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 의견을 억압하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지과학에서 말하는 ‘우리 편 편향’과 비슷한 것으로, 상대편의 주장은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취임식 연설에서는 아마도 문맥상 2/3가 넘는 절대 의회권력을 앞세워 ‘검수완박’ 등 각종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의 행태를 비판하려는 의도로 해석됐고, 이에 민주당도 발끈하며 ‘윤 대통령에게 가장 결핍된 언어가 지성’이라며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섰다. 현재의 야권에서는 현 집권세력을 ‘친일 독재 부역세력’으로, 보수권에서는 현재의 야권을 ‘친북 반시장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각자의 지지세력을 결집하는데 이러한 프레임을 이용하면서 사사건건 대립과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나라의 생사와 발전을 좌우할 공공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데 있어 지배 세력의 특정한 신념이 많은 부분을 좌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 최대 다수의 행복과 번영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객관, 실제, 팩트에 바탕으로 둔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서로 다름을 수용하고, 자신과 다른 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적 분리’가 우리 정치권에 필요하다. 현 정부에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을 반면교사 삼아 ‘내로남불’의 행태에 빠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내 진영의 신념과 이념에 경도되어 상대방의 이견을 압살하고 무시할 경우 국민들은 다시 심판의 칼을 빼 들 것이다. 여소야대의 쉽지 않은 구도이지만, 상대 진영을 배척하지 않고 설득과 타협을 통해 협치를 이끌어 낼 때 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우리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지성이 특정 세력이나 권위와 유착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이든 객관적으로 사실을 살펴보며 스스로 다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공부하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며 확신 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제 시도지사, 교육감, 지방의원 등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19일부터 약 2주간 진행될 선거운동 기간에 우리는 출퇴근 길에서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하고 확성기를 틀고 춤을 추며 시선을 끌어 한 표라도 더 받고자 하는 후보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올해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지역, 이념, 계층, 성별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갈등과 대립 구도가 확인된 선거였다. 특히, ‘영남 = 보수, 호남 = 진보’라는 공식이 강화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어떤 후보자가 속한 정당이나 이념 스펙트럼도 어느 정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이제는 단순히 어떤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또는 단순히 내 지역, 학교 출신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뽑는 ‘반지성주의적’ 투표 행태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후보들의 공약, 우리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의지, 그간의 정치 행로,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진실성 여부를 좀 더 꼼꼼히 살펴보자. 앞으로 며칠 동안 지인들과의 카톡방에 ‘어떤 후보는 어떻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횡행하게 될 것이다. 부디 이번 선거에서는 내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사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편향된 판단에서 벗어나, 누가 진정으로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인지 한 번 더 확인하고 깊이 생각한 후 투표하게 되길 바란다.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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