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930) 화목상처(和睦相處)

-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낸다

  • 기사입력 : 2022-05-24 08:01:54
  •   

  •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사이가 나빠서 좋을 것은 하나도 없다. 특히 가까운 사람과 사이가 나쁜 것이 가장 괴롭고 쓸데없는 힘과 신경을 쓰게 되는 일이다. 가까이로 부부 관계, 형제 관계, 직장동료 관계, 이웃 관계 등이 특별히 좋아야 한다.

    후천적으로 맺어진 관계는 사이가 나빠지면 관계를 끊으면 된다. 아쉽고 불편한 점이 없지 않겠지만 끊을 수 있다. 그러나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사이가 있다. 바로 부모 형제 관계, 조상과 후손 관계이다. 그래서 옛날부터 이런 관계를 ‘하늘이 정해 준 관계’라 하여 ‘천륜(天倫)’이라고 했다.

    천륜을 소중히 여겨 온 것이 우리 민족의 좋은 전통으로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명예와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치는 오늘날에 와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천륜 관계가 많이 훼손되어 가고 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의절(義絶)한 일, 형제간에 다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이 재산 분배 때문에 다툰다. 그러나 늙은 부모 모시는 일, 부모 제사 지내는 일, 조상 산소 관리나 묘사 등은 서로 안 맡으려고 미룬다. 이익은 서로 챙기려고 다투면서 힘든 일은 안 하려고 미룬다. 우리나라 속담에 ‘부모 돌아간 뒤의 형제자매 관계는, 밑동 잘린 배추 잎 같다’라는 말이 있다. 밑동 잘린 배추 잎이 흩어지면 다시 주워 모으기 어렵듯이, 형제자매 간에도 한번 사이가 나빠져 흩어지면 다시 화목하게 모이기 어렵다.

    경북 안동시 도산면 하계(下溪) 마을은 퇴계(退溪) 선생 후손들이 모여 사는 동족 부락이었다. 안동댐 축조로 지금은 거의 다 떠났다. 이 마을 출신의 초등학교 교장 한 분은 어려서 부친을 잃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라 교사가 됐다.

    교사 월급을 받아 모아서 계속 숙부의 논밭을 사 주었다. 그 숙부가 “내가 너를 위해서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왜 이러노?”라고 해도, “숙부님 덕분에 저가 잘 자라 대학을 나와 교사를 하니 다 숙부님 덕이지요”라고 했다. 숙부님이 무슨 경제적인 도움을 준 것은 아니고 자기를 사람 되도록 바른 길로 인도해 준 것뿐인데, 그 은혜를 갚으려는 것이었다. 숙부님이 어지간하게 살 만하자 그 뒤 사촌동생들의 학비도 지원해 주었다. 그 교장 선생도 대단하지만 불평 한 마디 안 해 온 그 부인이 더 대단하다. 지금까지 사촌형제들끼리 친형제 못지않게 잘 지내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인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다 몰려 있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각자 자신의 가정에 좀 더 신경을 쓰라고 특별히 만든 달이다.

    많은 재산, 넓은 집, 좋은 차 등이 좋은 가정이 아니다. 부모형제끼리 화목하게 서로 어울려 지내는 집이 가장 좋은 가정이다.

    *和 : 화할 화. *睦 : 화목할 목.

    *相 : 서로 상. *處 : 곳 처, 살 처.

    동방한학연구원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