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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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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무원 시험 탈락자를 위한 대안은- 이상규(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22-05-30 20: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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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공무원 시험은 합격하기 힘들다.

    우선 공시생들이 많이 보는 국가직 9급의 경쟁률을 보자. 인사혁신처가 최근 밝힌 2022년도 국가직 9급 원서접수 결과를 보면 평균 경쟁률은 29.2:1이다. 이는 35: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2021년 경쟁률 보다 많이 낮아졌다고 해도 30명이 수강하는 한 강의실에서 평균 1명꼴로 붙는 셈이다. 100명이 시험을 보면 약 4명꼴로 합격한다.

    7급은 더 심하다. 2021년도 국가공무원 7급 경쟁률이 평균 47.8:1 이었다. 100명이 시험을 보면 2~3명이 붙고 97~98명은 탈락한다는 이야기다.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조금 낮은 지방직 9급도 평균 10:1을 넘는다. 100명이 보면 10명만 합격하고 90명은 떨어진다.

    해서 7급이든 9급이든 평균적으로 공시생 95% 이상이 실험에서 떨어지는 구조이다. 업계가 추산한 공시생 규모는 약 80만명 정도인데 이 중 한 해 합격자는 4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절대다수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탈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

    공무원 시험 과목은 일반행정의 경우 국어, 영어, 한국사 기본에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필수 2과목은 직렬에 따라 다름)으로 보는데, 이 같은 과목은 시험에 탈락하고 나면 살아가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험을 주관하는 인사혁신처나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에선 합격자를 가려내는데 초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해명하겠지만 현재 공무원 시험은 ‘시험을 위한 시험’처럼 느껴진다. 해서 일부 전문가들은 시험과목에 차라리 코딩이나 AI 같이 젊은이들이 앞으로 새로운 직종을 구하거나 다른 삶을 사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과목을 포함시키는 게 어떤가 하는 의견을 제시한다.

    공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도 문제다. 이 비용은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하는데, 실상 돈이 없으면 공무원 시험 준비도 못 할 정도로 많은 비용이 든다. 공시생 부모는 자녀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매월 학원비, 인강비, 교재비 등으로 몇 십만원씩 지출한다.

    지방에서 서울 고시촌으로 자녀를 보낸 가정에서는 여기에 방값, 식사비 등을 포함해 매월 최소한 100만원 이상 돈을 보내야 한다. 부모가 이런 뒷받침을 해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젊은이는 공무원 시험조차 볼 수 없다.

    공시생은 평균 하루 10시간 이상 도서관이나 고시촌, 학원 등에서 공부를 한다. 이들 중 다수는 3평도 안되는 골방에서 일 년 내내 책과 씨름한다. 서울의 노량진이나 신림동 등 공시생들이 몰려 있는 곳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한 끼 5000원 안팎의 형편없는 식사로 끼니를 때우며 청춘을 공무원 시험에 바친다.

    이들의 몸과 정신이 얼마나 피폐해지는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 이웃 중 한 집 걸러 한 집에 공시생을 포함한 취준생들이 살고 있다. 실낱같은 합격 소식을 기다리며 수험생활을 반복하는 젊은 공시생들을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상규(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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