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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천 잡음’은 유권자 모독이다-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2-06-06 20:3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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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치판은 냉혹하다. 승자는 패자의 눈물을 자양분으로 존재감을 이어간다. 6·1지방선거는 국민의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민심은 5년 만의 정권교체에 이어 4년 만에 지방 권력까지 깡그리 바꿨다. 엄밀하게는 더불어민주당의 참패다. 국민의힘에 대한 호감보다 민주당을 향한 반감이 이 같은 정치 지형을 만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경남 정치지형도 과거 보수 강세 시절로 회귀했다. 국민의힘은 경남지사 탈환에다 경남 18개 시장·군수 가운데 14자리를 차지했다. 4년 전 경남지사와 7개 지역 기초 지자체장을 차지하며 환호했던 민주당은 겨우 1자리를 지키며 눈물을 삼켰다.

    다만 국민의힘 완승이라고 결론짓기엔 개운찮은 뒷맛이 있다. 선거기간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한 공천잡음이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메랑으로 작용할 소지가 다분하다.

    ‘공천(公薦)’은 ‘공적으로 받들어 천거한다’는 의미다. 사심 없이 공정하게 추천한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본질은 퇴색하고 외형은 문드러졌다. 집권당 프리미엄을 향한 입후보자의 갈망과 공천권자의 전횡이 쇳소리를 냈다. 후보자 전과는 옵션이고 국회의원의 노골적 개입은 암암리에 자행되는 관행으로 드러났다. 공천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다’며 제시한 원칙도 허언이 됐다. 강력 범죄와 성범죄, 음주운전, 고액 상습 탈세자 등의 배제를 천명했다. 하지만 그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하동에선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 지지를 종용하는 전화 통화 내용이 유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일부 당원은 경선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당했다. 국회의원까지 나서 지지를 강요한 국민의힘 후보는 낙선했다.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한 후보가 당선됐다.

    의령은 경남 정치사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여당이 군수 공천 후보를 내지 못했다. 법원은 공천 받은 후보가 성 추문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데 대해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공천관리위원회는 아무런 해명이나 사과도 없었다. 단지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했다’는 짤막한 입장문만 냈다. ‘당선되면 어차피 복당한다’는 오만으로 읽힌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다.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를 총평하며 “정말 잡음 없는 훌륭한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승리 기반이 됐다”고 했다. 지역의 공천 잡음은 나열하기조차 민망한데도 안일한 상황 인식의 오류는 심각한 수준이다.

    모두가 만족하는 공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일지 모른다. 낙선한 이들이 모두 적(敵)으로 돌변하는 현실은 감내해야 할 리스크다. 이 같은 악순환의 반복은 무엇보다 정치 지망생을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시스템 부재에 있다. 공천기준에서 정당 기여도를 강조하다 보니 유망한 신인 발탁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인 가산점을 준다고 해도 현역과 경선은 현실적으로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승리를 만끽하며 샴페인을 터트린 그들에게도 심판의 시간은 다가온다. 불과 2년 뒤 총선이다.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 심기’에 몰두했던 국회의원 차례다. 압승의 딜레마는 ‘물갈이’ 당위론으로 이어진다. 지방선거 분위기를 몰아 대대적인 현역의원 교체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심은 변덕스럽다. 승패는 수시로 뒤바뀐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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