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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우크라전, 협상에 주목할 때-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2-06-19 20: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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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공이 지난 2월 24일 발발 이후 4개월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로 두 나라의 인명과 재산 피해가 늘어나고, 세계적으로 식량과 에너지 수급 위기가 우려된다. 현재까지의 전세는 두 나라의 일진일퇴다.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전세를 뒤바꾸려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지속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여러 나라에 식량과 에너지 위기를 불러온다. 먼저 식량 위기는 우크라이나 항구를 통한 곡물 수출 중단에 따른 것. 아프리카와 중동의 여러 나라가 밀가루를 수입하지 못해 빵 가격이 급등하면, 대규모 빈곤층이 식량 부족으로 기아 사태에 직면한다. 내전이 발생한 지중해 인근 국가의 피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다 희생된 비극과 다행히 유럽에 도착해도 정착하기 쉽지 않았음은 여러 차례 목격한 현상이다. 다음에 에너지 위기는 유럽의 러시아 원유와 가스 수입 중단 또는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다. 우리나라도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듯이 예외가 아니다. 많은 나라들이 유가 급등에 따른 제품의 생산과 유통 비용 증가에 따른 높은 인플레이션이 가져올 경기 침체를 우려한다.

    전쟁의 배경과 진행 상황은 복잡하다. 러시아군은 2014년 크름(크림)반도를, 그리고 이번에 돈바스 지역 일대를 점령했다. 해당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보호가 명분이다. 하지만 속셈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반대하고, 돈바스 지역의 무역항과 시설, 자원 등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입장은 빼앗긴 영토를 찾는 것. 폴란드 등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우크라이나와 입장을 같이하고, 지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사적 비동맹을 표방해온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신청에 영향을 주었다.

    전쟁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경제적 및 지리적 요인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자국의 여론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강대국이 쉬운 승리가 예상됐던 최빈국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구소련과 미국 모두 단기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길어지자 희생자가 늘어 철수했다. 구 소련의 붕괴와 해체의 배경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침공과 패전의 대가가 매우 큰 사례다. 미국도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알 카에다 조직과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하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축출에 나섰고, 2021년까지 약 2조 달러의 전쟁 비용을 지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철수 후,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국외 탈출과 정부군의 해산에 따라 탈레반이 승리를 선언했다. 강대국의 전쟁 개입에 경종을 울린 것.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는 무엇인가?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격퇴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것. 미국 등 유럽의 전폭적인 지원이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위험성도 있다. 러시아의 패전 또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면 핵무기 사용이 우려된다. 미국 ABC 방송은 1983년 ‘그날 이후(The Day After)’라는 영화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핵전쟁의 피해를 담아 충격을 주었고, 이는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감축 협상에 영향을 주었다. 둘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수용하기 어려운 결과로 국제사회의 제재 확대로 러시아의 고립과 심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 셋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유럽의 협상이다. 협상의 목표는 전쟁의 당사자와 주변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항을 확인·조정하고,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자는 것. 협상 의제로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비롯해 나토 가입의 유보, 군사력 감축, 돈바스 지역의 처리, 러시아 제재 수준 등이 예상된다. 어느 쪽도 전쟁의 승리가 최선책이 아니다. 패자의 보복과 불만을 가져와 더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차선책을 선택하는 협상이 서로 수용 가능한 대안임에 주목해야 한다. 유럽 내에서 그리고 미국의 일부 여론에서 협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도 이번 전쟁의 협상 가능성을 포함해 신중한 외교 전략을 모색할 때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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