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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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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멋진 교사가 가장 큰 보은이다-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6-22 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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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 고등학생들의 희망 직업에서 교사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교사였던 부모들이 자녀에게도 교직을 추천하는 것을 보면 어떤 좋은 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보수와 신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것이 주된 요인일 것이다. 그런데 희망자의 부모 중에 교사가 한 아이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될까? 퇴임을 앞둔 한 선생님의 회고담이다.

    1985년에 교육부는 사학의 비리가 교직원 채용에서 시작된다고 판단해 모든 사학의 교사를 공립과 같은 방식으로 선발하려고 했다. 전국 사학들의 반대에도 당국은 이를 강행하려고 했다. 이때 한 지역의 대학생 대표였던 그 선생님은 학생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그 당시 경남 사학의 대표에게 전달하면서 왜 설립하실 때의 그 의지를 꺾느냐고 물었다.

    “젊은 너희들이 사학 경영에 대해서 무엇을 알아!” 정부의 주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그 사학 대표는 오히려 그에게 분노를 터뜨렸다. “그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세우신 학교인데, 이런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신단 말입니까?”

    아슬아슬하게 인내의 선을 지키던 그분은, 학교를 운영하려면 따를 수밖에 없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당시 3학년이었던 그는 1년 후 대학을 졸업하게 됐다. 졸업식 날, 섬이 고향인 그는 멀리서 축하하러 올 가족도 없었다. 힘없이 자신이 등록금을 벌고 있던 학원으로 가서 수강생을 기다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야, 너 지금 거기가 어디야?”, “학원입니다”, “선생을 해야 할 놈이 왜 학원에 있어? 이리 올라와!”

    그 사학 대표는 1년 전 그날부터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왈칵 눈물이 솟았다.

    “입사 서류를 갖춰서 행정실에 제출하고 내일부터 출근해. 나가 봐”

    그런데 그는 문을 열고 그냥 나갈 수가 없었다. 머뭇거리고 있는 그에게 다시 큰 목소리의 호통이 떨어졌다.

    “왜, 안 나가고 있어?”, “마지막 말씀을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 …… ”, “돈 말이야?”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학생을 대표했던 자존심이 차마 자기 입으로 그 말 만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당시에는 교사 채용에 알게 모르게 금품이 거래된 곳도 일부는 있었다.

    “야, 우리 학교가 교사 채용에서 단 한 푼이라도 돈을 받았으면 이 학교, 네가 가져! 이제 알았으면 나가 봐!” 그는 나갈 수가 없었다.

    “왜? 감동했나?”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을 적시고 있는데, “네가 감동한 만큼 우리 아이들에게 멋진 선생이 돼 봐, 그게 자네를 알아봐 준 사람에 대한 보은이야!” 그날 이후 그 선생님은 늘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가장 아픈 부분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다독여 주는 그의 진심에 감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 선생님을 알아봐 준 그분으로 하여 흘린 눈물이 그렇게 이어져 흘렀는지 모른다. 세상이 경제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정 아이들의 가슴을 감동으로 젖게 만드는 많은 무명 교사들이 있어 이 세상을 희망으로 이끌어 갈 것임을 그 선생님은 믿는다고 말했다.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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