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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패스트 패션- 주재옥(편집부 기자)

  • 기사입력 : 2022-06-28 20: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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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라(ZARA)는 패스트 패션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1975년 스페인에 첫 매장을 연 후 인기 있는 고급 의류의 저가형 버전을 선보이는 전략을 세웠다. 계절에 앞서 미리 옷을 만드는 기존 브랜드와 달리 제품 중 70%를 2주 안에 바꿔 출시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스턴트 패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설립자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유행을 만드는 대신 유행을 따라가는’ 방식을 선택한 결과다.

    ▼패스트 패션 문제는 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을 계기로 점화됐다. 2013년 4월 방글라데시 의류공장인 라나 플라자 건물이 무너져 SPA브랜드 의류를 생산하던 노동자 1134명이 사망했다. 부실시공과 불법 설치물이 원인으로 드러나면서, 의류산업의 노동 환경과 인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착한 가격 이면에 그 가격을 가능하도록 하는 ‘값싼 노동’이 있었던 것이다.

    ▼패스트 패션이 만들어낸 의류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글로벌 패션 어젠다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소비량은 연간 6200t이다. 2030년엔 1억20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5000억장 이상의 티셔츠가 추가되는 것과 같은 수치다. 패스트 패션의 옷은 판매된 후 1년 이내 50%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재고 옷들이 전부 재활용돼 어디선가 잘 쓰여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독일 비영리 단체인 패션 래볼루션은 라나 플라자 참사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캠페인을 9년째 이어가고 있다. 구매자가 자신이 입은 옷의 상표를 찍어 SNS에 ‘#누가 내 옷을 만들었나요’ 질문을 하면, 해당 의류 브랜드가 ‘#제가 당신의 옷을 만들었어요’라고 응답하는 운동이다. 소비자야말로 의류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주체임을 상기시킨다. 정리의 신 곤도 마리에는 “설렘이 느껴지는 옷을 남겨라”라고 했다. 옷에 대한 설렘은 아끼는 마음, 애정에서 시작된다. 옷을 사는 일도 물건과 맺는 신중한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재옥(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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