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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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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54) 함양 칠선계곡

홀로 고고한 척하지 않아도 품어준다네

  • 기사입력 : 2022-10-26 08: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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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耳順)의 불면


    가을이 가고 있는데 뭐 하고 있나 싶은 날

    넉넉한 국향(菊香)에 자기 집착의 쓸쓸함과

    머지않아 그리움이 될 다정한 망념(妄念)과 함께

    어디 좀 깊다 싶은 계곡 언저리에 가서

    서 말들이 콩자루를 방바닥에 쏟듯

    군데군데 헐어버린 내 마음을 작정하고 놓아버린다면

    못돼먹은 성질 머리와 입 안 도끼 자루 던져버린다면

    졸피뎀을 버리고 오랜만에 편한 잠 들 수 있을까

    이순(耳順)의 불면, 그 불편한 책갈피 한 장 넘길 수 있을까


    ☞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 일대의 지리산 골짜기에 칠선계곡(七仙溪谷)이 있다. 칠선계곡은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남한 3대 계곡의 하나로 꼽힌다. 7개 폭포와 33개 소(沼)가 지리산 정상 천왕봉까지 계곡으로 이어진다. 함양 칠선계곡에 가서 바람 소리 들었네.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을 걸으면 입고 있던 옷도 벗어버리고 싶었네. 스스로를 돌아보고, 다시 걸으며 생각하면 나를 아프게 했던 그대도 세상도 스르륵 용서되었네. 세상은 아직 먼지 가득한데, 홀로 고고한 척하지 않아도 다 받아주는 곳이었네. 다 놓아버리게 되는 여유와 포용의 계곡, 오늘 다시 가고 싶네.

    시·글=이월춘 시인·경남문학관장, 사진=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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