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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3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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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나눔 프로젝트] (84) 고모를 엄마라 부르는 쌍둥이 자매

“얼른 사회에 나가 마음의 엄마·아빠인 고모·고모부에 효도하고파”
쌍둥이 어릴 때 부모님 모두 잃어
시설에 보내질 위기에 고모가 품어

  • 기사입력 : 2022-11-07 2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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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분 차이 쌍둥이’ 박현주(가명·17), 박현아(가명·17) 자매에게는 특별한 엄마가 있다. 자매들은 “엄마, 아빠가 없는 빈자리를 채워준 고모가 있어 밝고 명랑하게 자랄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쌍둥이 자매는 얼른 사회에 나가서 마음의 엄마 아빠인 고모·고모부에게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현주·현아는 친부모님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릴 때 엄마와 아빠가 모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다. 양육자가 없어져 시설에 보내질 위기에 처하자 고모가 이들을 품었다. 아이들은 고모 부부에게 가정위탁으로 보호조치됐다.

    고모 박영란(가명·62)씨는 “한창 보살필 손이 필요할 나이에 엄마 아빠를 잃은 조카들이 너무 안타까워서 앞뒤 잴 것 없이 우리가 키우겠다고 했어요. 애들 위로 언니, 오빠가 하나씩 있어서 네 명의 아이들을 한 집에서 키웠는데 힘든 것보다 행복이 더 컸죠”라고 말했다.

    고모와 고모부를 엄마 아빠로 알던 쌍둥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입양된 사실을 알았다. 친구들은 모두 아빠와 성이 같은데 이들은 아빠와 성이 달랐다. 쌍둥이들은 “그때 정말 충격을 받아서 많이 울고 원망도 했어요. 그런데 저희들을 더 잘 키워주려고 그러신 거라는 걸 알고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더 커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저희에겐 엄마고 아빠시니까요”라고 말했다.

    쌍둥이들이 집안의 비타민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했다. 장성해 타지에 나가있는 언니 오빠를 대신해 엄마 아빠를 살뜰히 챙기고 재롱도 부린다. 쌍둥이들은 동네에서 소문난 ‘가수’인 만큼 고모와 고모부가 지쳐 보이면 노래를 선물하곤 한다.

    영란씨에겐 최근에 큰 고민이 생겼다. 영란씨는 “애들이 고 3인데 대학 보내는 게 제일 큰 걱정이죠. 노래를 잘하는 현주는 6개월 전에 성악가가 되고 싶은 꿈을 이야기해서 성악학원에 보냈어요. 소질이 있다고 해요. 근처 국립대 몇 곳에 원서를 넣었어요. 애가 좋아하는 일을 지원해 주고 싶은데 형편이 녹록지 않아서 미안할 뿐입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사실 현주는 초등학생 때 KBS합창단원 오디션에 합격했지만 식당 일을 하던 고모는 시간과 여유가 없어 지원해주지 못했다. 시무룩한 현주의 표정이 떠올라 영란씨는 이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노래를 계속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하고 싶지만 고모부는 회사를 퇴직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동생 현아 역시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다. 현아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유학을 가고 싶은데 집에 손을 벌릴 형편이 아니잖아요. 지금부터 모아서 대학 진학하면 더 넓은 세상을 배우러 떠나고 싶어요”라고 당찬 꿈을 이야기했다.

    고모와 고모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언니 현주는 금세 눈에 물기를 머금었다. 현주는 “아빠의 흰머리가 늘어가고 엄마가 여기저기 아프다는 이야기를 자주하셔서 속상해요. 저희가 사회에 나가서 효도할 시간이 줄어들까 봐요. 열심히 노력해서 두 분에게 꼭 무대에 선 프리마돈나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통합사례관리자는 “아이들은 부모의 사망으로 원가정 복귀가 불가한 상태”라며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는 가정위탁이 유지돼야 하며 학업과 꿈에 집중해 아동이 희망하는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보호와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도움 주실 분 계좌= 경남은행 207-0099-5182-02(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남지회)

    △10월 11일 16면 (83) 직장암 앓는 엄마 간호하는 중학생 현우 경남은행 후원액 300만원 일반 모금액 6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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