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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창원조각비엔날레 결산] 경계 허문 조각 예술… 대중에겐 못 다가갔다

  • 기사입력 : 2022-11-29 20: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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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 :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을 주제로 한 2022창원조각비엔날레가 성산아트홀, 진해 중원로터리, 흑백다방, 3·15해양누리공원,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등 5개 전시장의 현장 관람객 7만6439명, 사이버 비엔날레 누적 조회 수 8373회를 기록하며 지난 20일 공식 폐막했다. 2022창원조각비엔날레는 10월 7일 개막해 11월 20일까지 총 45일간 개최되면서 시민체험프로그램, 스탬프 투어, 셔틀버스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본래 9월 중순부터 진행되었지만 올해에는 10월 초로 개막을 늦췄다. 3·15해양누리공원, 중원로터리 등으로 야외전시를 확장한 만큼 전시 관람에 있어 태풍 등의 계절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시민들은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서 창원특례시 곳곳에 설치된 다채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창원 3·15해양누리공원 설치작 임형준 ‘소리-Bruit’.
    창원 3·15해양누리공원 설치작 임형준 ‘소리-Bruit’.
    진해중원로터리 설치작 이원우 ‘바람둥이’./창원문화재단/
    진해중원로터리 설치작 이원우 ‘바람둥이’./창원문화재단/

    ◇전시장을 넘어서는 전시, 일상과 예술의 조화= 입자-파동, 너-나, 인간-자연, 일상-예술 등의 비(非)경계와 순환을 이야기하고자 한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성산아트홀 외에도 진해 중원로터리, 흑백다방, 3·15해양누리공원, 창동예술촌 아트센터, 주남저수지에서 비엔날레를 개최했다. 성산아트홀 전시장 이외에도 작품을 설치해 시민들이 일상에서 작품을 마주하고, 창원 곳곳을 여행하듯이 다니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듯 전시장소의 대대적인 확장으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들은 창원의 문화·역사적 명소들을 다시 찾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체험프로그램
    시민체험프로그램
    시민체험프로그램
    시민체험프로그램

    ◇26개국 90명(팀)의 작가 다채로운 작품 선보여= 26개국 90명(팀)의 작가들이 140여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들은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라는 주제에 걸맞은 다채롭고 이색적인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우연을 자아내는 비눗방울을 재료로 하거나 빛에 무게가 있다는 엉뚱한 상상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 등, 여타 전시에서 만나보기 드문 실험적이고 독특한 작품들이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전시장을 채웠다. 참여 작가들이 선보인 다채로운 작품 구성으로 2022창원조각비엔날레는 지역의 예술 전시로서의 가치를 견고히 했다는 호응을 얻었다. 또한 소리를 내거나 접촉이 가능한 작품, 대화가 가능한 작품들로 어린이 관람객들의 현장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성산아트홀 전시장
    성산아트홀 전시장

    ◇창원지역 작가들과 함께한 예술 축제= 조관용 2022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은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와 같은 비엔날레가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전시 기획에 임했다고 했다. 특별전1인 〈오픈스튜디오〉는 조관용 총감독의 그러한 바람이 담긴 기획이었다. 90명(팀)의 초대 작가뿐 아니라 창원의 지역작가들과 비엔날레라는 무대를 함께 오르고자 한 것. 69명의 창원 지역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직접 공개하는 방식의 〈오픈스튜디오〉는 지역작가와 관람객들의 소통 창구로서 관람객들에게는 작업실에서의 이색적인 전시 관람을, 지역작가들에게는 관람객과의 소통과 참여기회 확대를 도모했다.

    창원 지역작가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병을 활용한 조명 만들기 △동물 모양의 그릇 빚기 △머그잔에 그림 그리기 △천연염색을 활용한 손수건 만들기 등 4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오픈스튜디오X시민체험프로그램’은 창원의 지역작가들이 직접 강사로 진행을 맡아 참여한 많은 시민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추억을 남겼다.

    큐레이터 오픈스튜디오.
    큐레이터 오픈스튜디오.
    큐레이터 오픈스튜디오.
    큐레이터 오픈스튜디오.

    ◇‘비엔날레’로서의 새로운 도전들= 비엔날레와 여타 예술전시가 다른 점은 사회와 예술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새로운 도전을 펼치는 장(場)이라는 부분이다. 코로나 펜데믹의 상황에서 온라인 전시, 비엔날레 나이트 등 새로운 시도를 펼쳤던 2020년도의 창원조각비엔날레처럼, 올해의 창원조각비엔날레 역시 새로운 도전으로 뛰어들었다. 앞서 언급한 전시 장소의 확장, 지역 작가들과 함께하는 오픈스튜디오와 더불어 온라인상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사이버 비엔날레’를 본전시2로 펼쳤다.

    단순히 오프라인 전시를 온라인으로 다시 보는 개념이 아닌 독립적인 전시로, 실제 창원 지역을 배경으로 제작한 미디어 작품들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관람할 수 있다.

    21개국 35명(팀)의 해외작가가 참여한 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은 증강현실 AR을 활용한 작품부터 관람객 참여형의 온라인 게임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작품들을 선보였다.

    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웹사이트 9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로고.
    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웹사이트 9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로고.
    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웹사이트 9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로고.
    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웹사이트 9사이버 비엔날레 <공간을 가로질러-공명> 로고.

    시민강좌, 학술심포지엄과 같은 부대행사를 진행해 전시와 관련한 심도 있는 논의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8월 3일부터 격주로 진행된 시민강좌 〈생명의 얽힘〉은 주제 및 전시에 대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시간이었다. 6회 차로 이뤄진 시민강좌는 강호정 연세대학교 교수를 비롯해 생태학, 물리학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청해 ‘채널 :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 말하고자 했던 존재들 간의 상호작용, 인간주의 탈피 등에 대하여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밖에도 국내 학술심포지엄과 국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국제 레지던시의 흐름 등 예술 담론에 관련한 논의를 나누고, 국제 교류 플랫폼으로서의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역할과 지위에 대한 탐색이 이뤄졌다.

    목진요 作 ‘Heavy Light on the Ceiling 2’
    목진요 作 ‘Heavy Light on the Ceiling 2’
    한진수 作 ‘우연한 꽃’
    한진수 作 ‘우연한 꽃’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한 비엔날레=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음에도 대중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올해로 6회째 이어졌지만 창원시민 대다수가 행사가 열리는지조차 몰라 개최기간 5개 전시장은 대체로 한산한 편이었다. 홍보 부족도 있지만 ‘채널: 입자가 파동이 되는 순간’이라는 주제 설정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다가가기 쉽지 않을 뿐더러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방향성과 지향점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김종영, 문신 등 한국 조각계의 거장들을 배출한 도시에서 열린다는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도 못했다. 참여 작가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 일부 작가들은 자신의 기존 작품을 약간 손봐 출품해 주제와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창원의 한 미술인은 “이번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현대 조각의 세계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만의 정체성, 지역적 특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영석 기자 y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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