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겨울 사랑- 고정희

  • 기사입력 : 2023-02-02 15:55:14
  •   

  •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따뜻하게 느꼈던 단 한 번의 감촉이 때론 혹독한 겨울을 견디게 해 준다. 그 기억, 그 추억 때문에 평생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혼자만의 일이 아닌 까닭에 이별마저도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한다. 사랑의 속성이 그렇다.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이 있을까. 그리운 이름, 잊히지 않은 그 이름 하나로 지금 이 혹독한 겨울도 거뜬하게 건너는 것이다. 고백도 못하고 끝나버린 사랑이 있는가. 고정희(1948-1991) 시인이 남긴 짧고도 강렬한 ‘고백’으로 대신하시라. 얼마나 이윽한가!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다’

    - 천융희(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