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간이역] 겨울 사랑- 고정희
- 기사입력 : 2023-02-02 15: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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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범람하던 치자꽃 향기,
소백산 한쪽을 들어 올린 포옹,
혈관 속을 서서히 운행하던 별,
그 한 번의 그윽한 기쁨
단 한 번의 이윽한 진실이
내 일생을 버티게 할지도 모릅니다.
☞ 따뜻하게 느꼈던 단 한 번의 감촉이 때론 혹독한 겨울을 견디게 해 준다. 그 기억, 그 추억 때문에 평생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혼자만의 일이 아닌 까닭에 이별마저도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한다. 사랑의 속성이 그렇다. 그러니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위대한 일이 있을까. 그리운 이름, 잊히지 않은 그 이름 하나로 지금 이 혹독한 겨울도 거뜬하게 건너는 것이다. 고백도 못하고 끝나버린 사랑이 있는가. 고정희(1948-1991) 시인이 남긴 짧고도 강렬한 ‘고백’으로 대신하시라. 얼마나 이윽한가!
‘너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
- 천융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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